[2026 노벨상]트럼프 "내가 받아야"
필라이 '가자 지구 집단학살' 평가…이스라엘 "반이스라엘 증오 정당화"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나비 필라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미국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재를 "전례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필라이는 노르웨이 오슬로 노벨평화센터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해 "국제 재판소, 특히 헤이그의 ICC가 존속할 수 있을지를 둘러싸고 엄청난 긴장과 불안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백 명의 직원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점은 한 국가가 판사들이 내린 사법 명령만을 이유로 제재를 발표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ICC 재판관을 지낸 필라이를 올해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유엔(UN) 인권최고대표를 맡았고, 지난해에는 가자 지구에서 집단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유엔 독립국제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을 지냈다.
'ICC 출신' 노벨평화상, 美 즉각 ICC 제재
미국은 수상자 발표 몇 시간 뒤 ICC에 대한 새 제재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관할권 내 ICC의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기업과 개인은 6개월 유예 기간 안에 ICC와의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협조를 요구할 동맹국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ICC 가입국이 많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 재정 기여도가 높은 일본 등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노벨 평화상을 오랫동안 탐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수상에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노벨위원회의 선택을 "수치스럽고 창피한 결정"이라고 비난하며 필라이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깎아내렸다. 이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장문의 글을 올려 "난 8건의 전쟁을 해결했으며 내가 도움을 준 국가들의 모든 대통령과 총리들이 (노벨위원회에)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며 "난 1개가 아닌 8개의 노벨 평화상을 받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은 종식하거나 승리하기 직전"이라며 한국과 북한, 일본과 북한, 중국과 대만 사이의 전쟁도 끊임없이 막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스라엘도 필라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비판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번 수상이 "반이스라엘 증오"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나치 선전가 요제프 괴벨스가 "지옥에서 박수를 치고 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노벨위원회가 "편협한 사람"에게 상을 줌으로써 "도덕적 나침반을 잃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UN 일본 EU 일제히 미국비판
미국의 고강도 ICC 제재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결정이 ICC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덴마크,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제재가 발동되면 재판소 업무와 직원, 그 가족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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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번 결정이 국제형사사법의 공동 추구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제재를 "매우 유감스럽다"고 규정하고 "재판소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제재 발효까지 6개월의 유예 기간이 대화의 여지를 마련해주는 것이기를 바란다는 입장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