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계 5위 컨테이너 항만 '부산항'을 가다
부산항 감만부두 빈 컨테이너를 보관하는 야적장 곳곳에 컨테이너가 평소보다 2∼3단 높은 4∼5단까지 쌓여 있다. 수출 컨테이너가 쌓여있어야 할 야적장은 텅 비어있다. 부두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빈 차량들 모습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세계 5위 컨테이너 항만이자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이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빈 컨테이너를 보관하는 야적장은 빽빽하고 수출 화물이 담긴 컨테이너 야적장은 적막할 정도로 빈자리가 많았다.

4일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부산항에서 처리된 컨테이너 물량은 101만1307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그쳐 2007년 같은 기간(106만5880TEU)에 비해 5.1% 줄었다.
지난해 8월 118만1700TEU을 기록한 이후 9월 112만9048TEU, 10월 112만2134TEU에 이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월별 기준으로도 2007년 2월 100만3102TEU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지난해 월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1월 부산항에서 처리된 컨테이너화물의 전체 물동량은 1243만2037TEU로 2007년 같은 기간 1214만3060TEU보다 2.4% 증가하는 데 그쳐 한해 목표치 5.3% 증가(1395만TEU)가 힘들어 졌다.
컨테이너 운임지수(HRCI)는 지난해 3월 1383포인트를 정점으로 지난해 12월 18일 501.7포인트로 37주 연속 하락행진을 이어갔다.
부산국제컨테이너부두(한진해운과 세방기업 전용부두)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이후 물량이 급속히 줄었으며 부두에 정착하는 선박은 늘었지만 처리물량은 계속 줄고 있다"며 "진짜 문제는 전통적인 비수기인 올 1분기"라고 설명했다.
수출입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부두 야적장에는 빈 컨테이너가 쌓여 가고 있다. 야적장 컨테이너 장치율(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비율)은 적정선이 60%인데 최근 80∼90%에 이르렀다.
부산국제컨테이너부두 관계자는 "수출 물량이 줄면서 빈 컨테이너의 회전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장치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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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물동량의 급감을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는 곳은 화물운송업계다. 일감을 구하지 못한 컨테이너 차량들이 부산항 안쪽 도로는 물론 부두 밖에도 가득 찼다.

부산항에서 만난 화물차 운송기사들도 지금의 상황을 1998년 IMF보다 더 심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운송기사는 "올해 들어(화물연대 파업 제외) 평균 일주일에 두세 번은 일이 있었는데 10월 넘어서는 한두 번하기도 힘들다"면서 "그나마 있는 일도 단거리 운행이라 기름 값과 차량 할부금도 감당하기도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12월 23일 부산항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1876년 부산항 개항 이래, 축구장 면적 3개 크기나 되는 1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최초로 북항 대한통운 감만 부두에 입항했다.

주인공은 세계 2위 선사인 스위스 MSC의 1만1700TEU급 선박 '프란체스카호'로 MSC 측은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9척을 부산∼칭다오∼홍콩∼싱가포르∼그리스를 잇는 지중해 항로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어 세계 3위 선사인 프랑스의 CMA-CGM 소속 1만960TEU급 선박 CMA-CGM 벨라호와 CMA-CGM 탈라사호도 부산항 자성대 부두에 입항했다.
대한통운 감만부두 관계자는 "얕은 수심문제로 그동안 몇몇 대형선사가 중국 쪽으로 기항했다"면서 "연이은 대형 선박의 기항은 물동량 창출과 부산항의 위상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산항만공사는 앞으로 충분한 수심확보를 위해 항로와 부두안벽에 대한 준설작업을 서둘러 시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부산항만공사는 북항 1~4부두 재개발, 감만부두 운영사 통합, 신항 부두 확장 등 부산항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대한통운 감만부두 관계자는 "재래식 부두가 대부분인 북항의 부두 운영사들도 크레인 동력을 기름에서 전기로 전환하고, 윤영효율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부산항 중 평균 체선기간이 가장 긴 감만부두 운영사 통합이 이뤄지면 컨테이너 야적장과 추가 선석(배가 접안하는 공간)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강서구와 경남 진해시 사이에 위치한 최신식 시설의 부산 신항은 부두 확장에 힘쓰고 있다.
내년 1월 한진해운 부두가 임시 개장하는 데 이어 2010년 현대상선 부두가 잇따라 개장한다.
기존 부산 북항은 수심이 얕고 선석이 부족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기항시키는 데 어려움이 컸다. 하지만 신항은 1만TEU급 이상 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16~17m의 안정적인 수심을 확보하고 있으며 충분한 양의 선석을 확보할 수 있어 선적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오는 2011년까지 새 부두 6개가 들어서고, 24개 선석이 만들어지면 신항은 모두 30개 선석으로 세계적 항만들과 경쟁에 나선다.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 운영사 한 관계자는 "부산은 미주∼유럽을 잇는 중간 지점에 있어 환적화물 유치에 좋은 조건을 갖췄지만 그 동안 싼 인건비의 중국 항구에 밀렸던 것이 사실이었다"면서 "부산항과 신항의 선의의 경쟁으로 부산항 전체의 파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