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격변기 자동차산업, 발상 전환을

[기고]격변기 자동차산업, 발상 전환을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
2010.12.08 08:01

세계 자동차산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신년벽두를 강타한 토요타 리콜사태부터 GM의 재상장, 닛산과 GM의 전기자동차 양산까지 굵직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지금의 세계 자동차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화산 폭발을 계기로 만들어진 분화구가 여기저기에서 연기를 내뿜고 부글부글 끓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언제 2, 3차 폭발이 얼어날지도 모르는 대규모 지각변동의 시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합종연횡의 폭풍이 거세게 불었던 1990년대 후반에도 이런 정도는 아니었다. 적어도 변화의 방향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 방향 역시 안정으로 향한 것이었다.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시대의 시작이 아니라 안정적인 시대로 전환을 의미하는 사건이었다.

자동차산업은 성숙산업으로 간주되었고, 400만대 규모 이상의 5개 업체 정도가 살아남아 과점적인 구조가 정착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기술 역시 성숙단계에 도달해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혁신적인 변화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자동차산업은 굴뚝산업의 대표였다.

이러한 상황 인식은 지금은 잘못된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때는 대세였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던 미국업체들은 이러한 대세에 가장 적극적으로 편승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우선 1990년대 호황기에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을 해외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는 데 사용했다. 동시에 자체적인 기술개발보다 가격 위주의 글로벌 아웃소싱을 추진해 단기적인 수익성을 높이는데 집착했다. 또한 수익성이 낮은 제조보다 판매 이후의 서비스부문에서 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사업모델의 전환을 추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제품믹스 역시 소형차는 이익을 낼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픽업이나 SUV 등 수익성이 높은 대형차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했다.

미국업체들이 지금 그 당시와 정반대 전략을 추진하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전략들은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판단과는 별개로 그때가 부럽다는 생각조차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1990년대는 그래도 맞든지 안맞든지 변화의 방향을 확신하고 대응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변화의 방향조차 좀처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복잡성과 불확실성이다.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데는 신흥시장 대두가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도 제품의 복잡성이 크게 높아졌다. 쉽게 말해 이제 미국이나 유럽시장만을 겨냥해 자동차를 만들 수는 없다. 자동차는 지리적 여건과 기후 등 환경적인 요인은 물론 인구 구성 및 라이프스타일 등에 기인한 지역성이 매우 큰 제품이다.

또한 신흥시장의 성장경로는 선진시장과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도 높다. 여기에다 안정적으로 보였던 기술까지 급변하고 있다. 파워트레인의 다양화뿐 아니라 기존 기계기술과 전자기술의 결합 및 전자부품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증대 등은 복잡성뿐 아니라 사용과정에서 불확실성을 크게 증대시키고 있다. 토요타 리콜사태 역시 이러한 상황과 관련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점은 1990년대의 예상과 달리 자동차산업은 여전히 성장산업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자동차산업의 현재 상황은 양적 성장의 기회와 복잡성과 불확실성의 증대가 동시에 존재하는 양날의 칼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를 다룰 수 있는 조직능력을 보유한 업체만이 격변기에 승자가 될 것이다.

한국 업체들의 경우 2000년대 품질경영과 세계화 과정에서 압축적인 학습을 경험하고 그 결과 199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조직능력을 구축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이러한 격변기는 후발주자에게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단순한 추격이 아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와 다른 목표와 전략, 그리고 학습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새로운 생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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