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본 전자 산업의 숨은 경쟁력

[기자수첩] 일본 전자 산업의 숨은 경쟁력

유현정 기자
2011.02.07 06:29

도쿄의 대표 번화가인 시부야나 하라주쿠를 가보면 영화, 애니메이션, 가수의 공연실황 등을 담은 DVD를 판매·대여하는 상점이 즐비하다. 북적대는 사람들이 저마다 DVD를 하나씩 들고 있는 모양새가 흡사 서울시내의 대형서점을 방불케 한다.

P2P(Peer to Peer·사용자간 파일 공유)사이트가 번창하면서 저작권 개념이 흐릿해진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그 개념이 매우 강하다. 한국에서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다운로드받기 위해 불법이든 합법이든 우선 인터넷부터 검색하는 습관이 있지만 일본의 경우 보통 DVD상점을 먼저 찾는다.

인터넷이 덜 발달돼서가 절대 아니다. 소장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돈 주고 산 '나만의 콘텐츠'를 값지게 여긴다. 한정판에 열광하는 문화도 같은 맥락이고 종이신문 1부를 150엔(한화로 약 2000원)에 사서 보는 것도 비슷한 이치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언뜻 비효율적으로 비쳐질 수 있는 문화다. 그러나 일본이 콘텐츠산업에 있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것을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본 문화산업 발전의 이면에는 열렬히 충성하고 아낌없이 지갑을 열어주는 소비자들이 있었다.

스마트 TV, 3D TV가 새해 벽두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1'의 화두였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이자 가전시장의 미래 트렌드를 볼 수 있는 CES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전세계 기업이 너나없이 내놓은 전략제품들은 거의가 '뭘 보기 위한' 기기들이었다.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TV가 스마트TV, 3D TV로 진화하면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제는 하드웨어적인 경쟁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실감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콘텐츠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정보기술(IT) 기업과 통신·방송사업자간 협력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콘텐츠가 제대로 된 산업으로 발전하려면 제공자 못지않게 훌륭한 소비자가 필요하다. 문화산업은 특히나 정부와 몇몇 대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쉽게 일으켜지지 않는다. 90년대 한국의 IT붐을 주도한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힘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에 콘텐츠붐을 불러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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