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인 LG전자가 과연 해외법인에서 일하는 외국인 임직원들에게 '독한 LG'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요?"
구본준LG전자(140,900원 ▲5,100 +3.76%)부회장이 지난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후 '독한 LG'를 강조할 무렵 만난 한 재계 관계자가 던진 질문이다.
'독하다'라는 말은 다분히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 있어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외국어가 많지 않다. 외국인 직원들에게 과연 구 부회장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서 나온 물음이다.
실제로 LG전자 해외법인에서는 '독한 LG'를 따로 번역해서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LG전자의 공식 슬로건이 'Fast Strong&Smart'인 점을 감안하면 '독한'의 의미를 Fast Strong으로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두 단어가 주는 어감은 다소 다르게 느껴진다.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독한 LG'가 국내용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독한 LG'는 위기의 LG전자를 구할 구원투수로 등판한 구 부회장의 전략과 비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로 사용돼 왔다. CEO의 전략과 비전이 해외에서 통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기업으로서 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 LG전자 해외법인 관계자는 "해외법인에서 일하는 현지인들은 퇴근시간이 되면 '칼퇴근'하지만 한국에서 파견 온 주재원들은 한국 시간에 맞춰 일하느라 늦게까지 일하는 상황"이라며 현지법인의 인력 운영에 대한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본사나 생산공장과 논의할 게 생기면 결국 한국 사람끼리 밖에 얘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어로 소통하는 데 따른 한계도 있지만 외국어로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일의 효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텍스트를 넘어 선 콘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LG전자의 일하는 방식과 기업문화, 조직 가치를 공유하는 데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최근 구 부회장은 직접 해외법인을 다니며 직원들에게 '독한 DNA'를 심는 데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한다. 해외법인 체질 바꾸기도 본격화해 주재원 수를 줄이고 현지 인력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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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독하다'란 구호부터 혁신의 방법까지 임직원들의 공감을 충분히 얻고 이해되고 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현지 외국인 인력을 늘려도 줄어든 주재원에게 일이 가중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최근 LG전자가 해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