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죽어야 사는 시멘트 업계

[기자수첩]죽어야 사는 시멘트 업계

유현정 기자
2011.10.26 09:36

"최소한 하나는 죽어야 모두가 삽니다."

최근 만난 시멘트업계 관계자가 한숨을 내쉬며 전한 말이다. 건설경기 침체에 과잉공급까지 겹치며 깊은 불황에 빠져버린 시멘트업계의 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멘트업계 역시 한때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1997년만 해도 호황을 구가했다. 당시 국내 시멘트업계의 총공급능력이 6200만톤에 불과한데 수요는 이를 웃돌았다.

이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잠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별다른 난관이 없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건설경기가 내리막 길을 걸으면서 시멘트업계도 동반 불황에 빠졌다.

국내 시멘트업계를 대표하는 곳은동양시멘트(16,930원 ▲30 +0.18%),쌍용양회,한일시멘트(17,550원 ▲60 +0.34%),현대시멘트(18,010원 ▼250 -1.37%),아세아시멘트(271,000원 ▲4,000 +1.5%),성신양회(11,430원 ▼420 -3.54%), 라파즈한라시멘트 7개 회사며 이들도 어렵기는 모두 마찬가지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시멘트업계의 총 내수 판매량은 9월말 기준 3174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3% 줄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업계의 경쟁심화로 시멘트 가격이 떨어진 것이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며 "지난 4월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렸지만 계속되는 건설경기 불황과 유연탄 가격 상승 탓에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시멘트업계의 불황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성장이 정체되면서 아파트, 도로 등의 건설 수요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초 연 9300만톤에 달하던 시멘트 수요는 '잃어버린 10년' 등을 거치면서 현재는 연 4000만톤 수준으로 급감했다. 미국이나 유럽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시멘트업계 일각에서 지금의 불황을 놓고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탄식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적정 이윤을 보장할 수 있는 가격 현실화가 절실하지만 수요정체 상황에 빠진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다. 새로운 판로개척이나 기술혁신 등 시멘트업계 스스로 돌파구를 찾는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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