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투쟁' 한진重 노조원 "할말 많지만…"

'시신투쟁' 한진重 노조원 "할말 많지만…"

부산=오상헌 기자
2013.03.13 05:35

[르포]5년 텅빈 한진重도크, 5년만의 신규수주..10개월 뒤 배 만든다

"이제 더는 노조가 투쟁만 하고 노사가 대립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상생을 원하는 근로자들의 '진정성'을 밖에서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제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게 근로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에요".

지난 11일 부산 영도구한진중공업(23,600원 ▲950 +4.19%)대표교섭 노조 사무실. 김상욱 노조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상생', '진정성'이란 말을 강조했다. 지난 달 24일 사측과 또 다른 노조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가 극적으로 노사갈등을 봉합하고 협상을 타결한 만큼 이제는 노사가 회사 정상화를 위해 힘을 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생계와 회사의 명운이 걸린 문제에 정치논리가 개입하고 외부인들이 끼어들면서 모든 고통과 희생을 조합원들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했다"며 극한으로 치달았던 노사갈등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잃은 게 너무 많고 할 말도 많지만 앞으로가 가장 중요하다"며 "조합원들도 노사 상생과 일감 확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와 사측의 극한 대치로 갈등 수위가 높아지던 올해 초. 김 위원장이 선박 발주를 위해 영도조선소를 찾은 유럽 선주를 직접 만나 "일감을 달라"고 설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표노조는 청와대 지식경제부 인수위원회 부산시청 노동청 부산시청 여야 정당 등을 가리지 않고 탄원서와 호소문도 전달했다. "납기일을 맞추고 고품질의 선박을 만들겠으니 공기업 발주 물량 등 새 일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노사가 이런 상생 노력을 기울인 덕에 한진중공업은 유럽 선사가 발주한 해양지원선 2척에 대한 의향서를 체결하고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다음 달말 쯤 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2008년 9월 이후 무려 5년여만의 신규 수주로 기록된다. 수주 이후 설계와 자재 구매 등 선행 공정에 10개월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2월쯤이면 영도조선소가 본격 가동되는 셈이다.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5곳이 공동 발주한 15만 t급 석탄운반선(9척) 수주도 가시권이다. 공기업 발주 물량인 데다 어려운 여건에 처한 국내 조선사들을 대상으로 한 입찰이어서 한진중공업의 수주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생산직 근로자들이 조기 복직하고 조선소가 정상화되려면 한시라도 빨리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진중공업과 다른 1곳의 국내 조선사 등 2곳이 공동 수주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새 일감 확보가 임박하면서 조선소 분위기도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 기자가 이날 찾은 영도조선소에선 26일 동안 계속됐던 노조의 '점거투쟁'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형 크레인이 멈춰서 있고 선박 건조 작업을 진행하는 근로자들로 붐벼야 할 도크 안과 주변은 텅 비어 한산했다. 하지만 노조 시위 당시 현수막과 각종 파업 및 농성 도구로 어지럽던 야드는 말끔히 정돈된 모습이었다. 안전모를 쓴 채 간간이 지나가는 근로자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져 있었다.

"이제 곧 수주 계약이 체결되고 '일감'이 생기면 휴직 중인 동료들도 모두 복직할 거고, 조선소도 북적북적 해지지 않겠습니꺼...". 한진중공업 한 생산직 근로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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