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모자' 한진家 경영권분쟁 안갯속-직원들 비판 감안 메시지 내놓은 듯
총수 일가 간 경영권 갈등을 겪고 있는 조원태한진(19,480원 ▲60 +0.31%)그룹 회장(대한항공(24,250원 ▼350 -1.42%)회장)이 신년 메시지로 '화합'을 내놨다. 최근 알려진 가족 간 ‘격한 언쟁’ 소동에 대한 비판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글로벌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100년 기업 대한항공'이란 푯대를 바라보면서 함께 걸어가자"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새로운 100년을 향해 첫걸음을 떼려는 우리 앞에 아직 아무도 걸어본 적이 없는 흰 눈이 쌓여있다"며 "우리가 이제부터 걷는 걸음은 흰 눈 위에 남겨진 첫 발자국처럼 대한항공의 새로운 역사에 새겨질 의미 있는 발자국들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그 길을 걷는다면 기쁨과 즐거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때로는 눈길이 미끄러워 넘어지는 동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서로 일으켜주고 부축해주면서 함께 새 미래를 향해 걸어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조 회장의 신년사가 주목됐던 것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남매간 갈등 때문이다. 최근 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불거진 갈등은 '남매'를 넘어 '모자' 간 갈등으로 커졌다.
조 회장이 성탄절인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자택을 찾아 말다툼과 함께 기물 파손 등의 소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 회장과 이 고문 명의의 사과문이 나왔으나 경영권 갈등의 불씨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다수다.
내년 3월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주총회까지 총수 일가 간 기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23일까지다.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연임에 실패할 수 있다.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 그룹 경영권 유지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현재 한진칼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8.94%며, 조 회장(6.52%)과 조 전 부사장(6.49%)의 지분율이 엇비슷하다. 막내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와 이 고문(5.31%)도 5%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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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을 비롯한 그룹 직원들의 여론도 중요하다. 이전의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으로 총수 일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쌓여 있다. 여기에 최근 벌어진 소동으로 내부 분위기 역시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 노조도 지난달 24일 성명서를 통해 "1만 조합원의 뜻을 모아 경고한다”면서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는 어림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최근 항공산업 환경이 외부적 악재로 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와 노동 환경도 악영향을 받는 불안한 시점"이라며 "이때 외부 세력의 침투로 회사의 혼란을 야기할 단초를 조성하는 조 전 부사장의 경거망동한 행동이 대한항공 노동자들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근 총수 일가의 행동을 두고 회사를 걱정하며 비판의 목소리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실적도 좋지 않은 시기에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