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국산?…"인도네시아 휴지, 표시제 개선 시급"

무늬만 국산?…"인도네시아 휴지, 표시제 개선 시급"

김성진 기자
2025.01.21 05:30

KS 권장기준 못미친 인니산 두루마리 휴지 평량..주의 표시·평량 수치 없이 판매
인니산 국내시장 잠식 빨라..업계 "쿼터제 도입, 표시제 개선 필요" 지적

인도네시아산 휴지 원단 수입 추이 및 국내 휴지 원단 제조사 케파/그래픽=윤선정
인도네시아산 휴지 원단 수입 추이 및 국내 휴지 원단 제조사 케파/그래픽=윤선정

국내 화장지업계도 국산 휴지가 인도네시아산보다 비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소비자들이 인도네시아산 휴지의 평량(휴지의 단위면적당 무게)이 낮은 점은 정확히 알도록 표기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휴지를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최근의 소비 특성상 판매사가 평량을 수치로 표기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국산과 인도네시아산의 무게와 두께 차이를 비교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루마리 휴지의 평량이 42g/㎡(그램 퍼 스퀘어미터)보다 높아야 한다는 점은 한국산업표준(KS) 기준상의 권장사항이다. 반드시 준수할 필요는 없고 판매 시 표기할 의무도 없다. 이에 인도네시아 제지업체인 아시아펄프앤페이퍼(APP) 원단으로 만든 △쿠팡베이직 네추럴 3겹 천연펄프 롤화장지 △숨프리미엄 블랙 3겹 등의 휴지 제품은 KS 기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별도의 주의나 평량 표기 없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내 휴지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이 휴지를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같은 표시기준 미흡한 점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형마트·슈퍼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휴지마다 무게를 직접 비교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본지와 한국제지연합회의 조사 결과 두루마리 휴지 30롤을 묶은 국산과 인도네시아산 휴지의 무게 차이는 1kg 가까이 난다. 숨프리미엄 블랙 3겹은 3.5kg이고 미래생활사(社)의 잘풀리는 집 퀄팅 롤화장지는 4.4kg이다. 이런 무게의 차이는 휴지의 두께, 향후 사용량의 차이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서도 표기 기준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매출 기준 글로벌 10위 회사인 인도네시아 APP는 최근 쌍용C&B와 모나리자를 인수하며 국내 휴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케파(최대 생산량)를 기준으로 유한킴벌리를 제치고 국내 1위다.

APP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더해 한국에서는 30여년 걸쳐 자라는 나무가 6~7년이면 속성수로 커지는 지리적 이점으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 중이다. 국내 두 회사 인수를 계기로 시장에서의 가격 결정력은 더욱 강해진 상황이다. 특히 APP의 쿠팡베이직과 숨프리미엄은 100% 새 펄프로 제조했지만 종이를 재활용한 국산 재생휴지와 가격이 비슷하거나 저렴하다.

이태주 국민대 임산공학과 교수는 "APP가 원료 조달도 쉽고 인건비와 전기료가 싸서 휴지를 동일한 평량으로 생산해도 싸게 팔 수 있을 텐데 저평량으로 제조하는 것은 국내 시장을 더 빠르게 잠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국산 휴지가 가격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은 불가피하나 너무 저급한 제품이 시장에 유입되지 않도록 표기 기준 강화, 쿼터제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산지 표기 기준의 강화도 요구된다. 현재 시중에는 인도네시아산 원단을 단순 재단, 엠보싱 가공, 포장해 한국산으로 판매하는 휴지가 수두룩하다. 이번에 조사 대상이었던 쿠팡베이직과 숨프리미엄도 각각 '제조국(원산지) : 대한민국', '제조국 : 대한민국'으로 판매된다. 이는 대외무역법 위반 사항이다(관련 기사 : [단독]정부 "수입원단 사용 휴지, 국산표기 바꿔야"...시정 첫발).

이 교수는 "소비자들이 휴지를 고를 때 주요 고려 사항은 가격과 브랜드"라며 "가격은 어쩔 수 없으나 브랜드 가치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생산자와 원산지, 평량 등 품질의 표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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