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각 당의 후보는 이념과 진영을 넘어선 실용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 강조하며 본인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한다. 정당의 후보자들이 실용을 강조하는 것은 현재의 글로벌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반영한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민생과 실리에 초점을 맞추고 정책을 추진할 지도자가 필요한 시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신자유주의 사상을 기반으로 한 세계 경제 질서가 형성됐다. 규제 철폐 등 시장 우선주의적 접근은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혁신을 창출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지만 경제적 불평등 심화, 금융시장의 불안정 등 부작용도 유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후에는 실물과 괴리된 금융 확장이 위기를 초래할 수 있고 제조업과 혁신산업 등 실물경제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힘을 얻었다. 산업정책 등 정부의 개입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이다.
디지털 전환과 기술 혁신의 가속화 속에서 중국이 급부상한 것도 산업정책 부활의 원인이 됐다. 중국이 '중국제조 2025'을 추진하며 인공지능, 양자, 바이오 등 첨단 기술 역량을 높이기 시작했고 미국은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으로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다. 유럽, 일본 등도 첨단기술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는 인식에 따라 대열에 합류했다.
탄소중립 달성과 기후 기술 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 노력도 영향을 미쳤다. 기후 기술 개발에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고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다. 주요국은 민간투자에 마중물을 제공하고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개입주의가 강화되면 민간의 자율성이 침해돼 경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이 둔화할 위험이 커진다.
첨단산업이나 기후기술 분야에서는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덩치가 큰 기업보다는 경량화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벤처기업이 강점을 가질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 분산형 에너지관리시스템 등에서도 대기업·공공부문보다 기술·시장 리스크를 감내하며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규제 장벽을 완화해야 한다. 일례로 기후 기술에는 에너지, 환경, 건설 등 복수의 산업 규제가 작용한다. 얽혀있는 규제를 충족하며 새로운 기술을 사업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지 모른다. 기술 개발이나 서비스 제공이 제한된 환경에서 기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규제 샌드박스적 접근방식도 필요하다. 정부의 개입주의와 규제 완화 사이에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관건이다.
어떤 경제사상이나 이론도 특정 시간이나 공간에서만 유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쇠퇴와 재도약의 갈림길에 서 있는 우리 경제는 어떤 정책 조합이 효과적일 것인지에 초점을 두고 국가발전전략을 추진할 실용과 중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책의 일관성을 잃지 않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인내도 중요하다. 적당한 타협이 아닌 칼날 위를 걷는 구도자의 심정으로 경제시스템을 리빌딩할 지도자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