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S(에너지저장장치)·VPP(가상발전소) 등 전력 신산업 사업자들이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시장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전력 시장 제도 정비를 촉구하는 공동서한도 전달했다.
기후솔루션과 해줌,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에이치에너지, 브이피피랩 등 4개 기후테크 기업이 함께 연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재생에너지를 아무리 늘려도 그 전기를 담아낼 시장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며 "전기를 제값에 사고팔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장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태양광·풍력발전의 경우, 전기가 남으면 저장했다가 족할 때 꺼내 써야 전력망이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ESS와 여러 설비를 묶어 관리하는 VPP가 바로 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지금의 전력시장은 이런 '저장하고 조절하는 역할'에 값을 매겨 주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문제의식이다. 전력망을 안정시켜도 보상받을 길이 없으니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실시간으로 전기 가격이 매겨지는 시장을 만들고 △전력망을 안정시키는 기여에 정당한 값을 쳐주며 △배터리·가상발전소도 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을 열고 △언제 어떤 시장이 열리는지 분명한 일정표(로드맵)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새로운 예산이 드는 일이 아니라 규칙만 바꾸면 되는 문제"라 했다.
이들은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기가와트(GW)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정작 시장 제도는 25년째 멈춰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전력시장은 전력망 안정에 필요한 주파수 조정·예비력 등 '보조서비스'를 기여도 대신 발전기의 연료비를 기준으로 보상한다. 이 때문에 연료를 쓰지 않는 ESS와 VPP는 아무리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해 전력망에 기여해도 기술 가치를 보상받을 근거가 없다.
또한 전력시장의 운영 방식도 2001년 설계 그대로여서, 하루 전에 발전계획을 짜고 전력거래소가 발전기를 직접 지시하는 구조다. 당일의 수급 변화가 가격 신호로 전달되지 않다 보니 전력거래소는 예비 전력을 필요 이상으로 확보하고 발전기를 직접 호출한다.
김선규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는 발전소를 더 짓는 것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며 "정부는 대규모 경직성 발전기를 중심으로 설계된 낡은 전력시장 규칙을 재생에너지에 맞게 다시 설계해, 유연성 자원이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시장을 조속히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