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계산서는 거래를 기록하는 문서다. 그런데 형사사건에서는 어느 순간 그 문서가 거래 자체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실제 공사나 용역이 있었고 돈까지 지급됐는데, 세금계산서의 내용이 실제 거래와 다르다는 이유로 거래 전체가 가공거래로 의심받는 경우다.

그렇다고 실제로 거래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해서도 안 된다. 실제 거래가 존재한다는 것과 문제 된 세금계산서가 그 거래에 대응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가 변호한 사건이 그랬다. 검찰은 회사 대표가 실제 재화나 용역을 공급받지 않고 총 12장, 공급가액 약 6억 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았다며 기소를 했다. 일부 거래업체에는 가족 등 특수관계인도 관련되어 있었다는 점도 문제가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원은 회사 대표와 법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에서 변론의 출발점은 단순히 실제 거래가 있었다는 주장이 아니었다. 검찰이 가공거래라고 본 각각의 세금계산서 뒤에 실제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일이었다. 누가 누구와 계약했는지, 어떤 용역을 맡았고 실제로 수행했는지, 결과물이 존재하는지, 대금은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지급됐는지를 세금계산서와 하나씩 대조했다. 검찰이 '가공거래'라고 그린 그림을 실제 사업의 모습으로 다시 재구성하는 작업이었다.
법리도 중요했다. 최근 대법원은 실제 거래가 있는 경우 세금계산서의 공급가액·품목·단가·수량 등이 현실의 거래와 완전히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거래일과 세금계산서 작성일, 실제 거래와 기재 내용의 동일·유사성 등을 종합해 세금계산서가 실제 거래를 표상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특수관계 회사라는 사정도 마찬가지다.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와 거래했다는 사실은 의심의 계기가 될 수는 있어도 거래가 없었다는 증거 그 자체는 아니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조세회피를 위해 회사를 만들었다거나 법인격을 부인할 정도로 형해화됐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면 회사 사이의 계약을 쉽게 부정할 수 없다고 봤다.
여기에 실제 용역과 성과물이 존재하고 대금이 지급된 자료까지 확인됐다. 결국 법원은 검찰의 증거만으로 실물거래 없는 가공 세금계산서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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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결을 '실거래가 있으면 무죄'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반대다. 실제로 거래했다는 사실을 문제 된 세금계산서와 연결해 증명하지 못하면 그 주장은 힘을 잃는다. 허위 세금계산서 사건에서는 회계자료를 형사재판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계약서, 계좌내역, 업무자료, 용역 결과물처럼 흩어진 자료를 모아 실제 거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여주고, 수사기관이 가공거래라고 판단한 근거를 하나씩 반박해야 한다.
세금계산서에는 숫자만 남는다. 하지만 형사재판에서 복원해야 하는 것은 그 숫자 뒤에서 실제로 이루어진 사업이다. 이미 기소된 사건에서도 변론의 여지가 생기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글 법무법인 차율 대표 이경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