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를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 축으로 확장해야 한다."
21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진행된 '제2회 수소경제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이같이 뜻을 모았다. 한국공학한림원이 개최하고 한국수소연합과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가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국회와 정부,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수소를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과 산업 원료, 재생에너지 저장 등에 폭넓게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연료전지와 수소터빈 등을 활용해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온사이트 발전'이 새로운 대안으로 언급됐다. 온사이트 발전은 장거리 송전망에 의존하지 않고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인근에서 필요한 전력을 직접 생산·공급하는 방식이다.
저장·유통 분야에서는 제주와 호남권에서 반복되는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올랐다. 남는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해 저장한 뒤 필요할 때 다시 활용함으로써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수소를 장주기 에너지 저장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생산·발전 분야에서는 높은 청정수소 생산비와 불확실한 수요가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꼽혔다. 국내 생산기반을 키우면서 해외 도입과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초기 시장의 가격 격차를 어떤 방식으로 보완할지가 핵심 과제라는 것이다. 일반수소발전시장(HPS)과 청정수소발전시장(CHPS) 역시 기업들이 장기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시장 규모와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수소터빈·연료전지와 LNG(액화천연가스)-수소 혼소 등 다양한 발전기술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승용 수소차 보급 정체와 충전소의 낮은 수익성을 동시에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승용차 보급대수 확대에 집중하기보다 운행거리와 수소 사용량이 많은 버스·트럭 등 상용차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요를 만들고, 이를 충전 인프라의 경제성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소 도시'가 실증을 넘어 자생적인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역별 산업과 실제 수요를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은 이날 각 분과를 관통한 핵심 화두로 꼽혔다. 한국은 세계 최초 수소법 제정과 수소차 보급 확대를 바탕으로 초기 수소경제 경쟁에서 앞서갔지만, 최근에는 중국 등의 추격을 허용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수소차 보조금 조정, 충전소 적자,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등 산적한 현안을 일관되게 조율할 정책 사령탑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기조 강연에 나선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에너지위기가 국가위기를 불러오는 상황에서 현 AI시대는 에너지전쟁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는 점과 정권이 바뀔때마다 표류하는 에너지정책에 대해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액화수소, 연료전지, 수소터빈, 수소환원제철 등에 이미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상황"이라며 "정책과 시장제도가 제때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기존 투자가 좌초되고 후속 투자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