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삼성전자(266,750원 ▼1,750 -0.65%)가 세계 기업사에 새 역사를 썼다. AI(인공지능) 시대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을 맞아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테크기업 중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돌파했다. 반도체 품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어 향후 실적 기록 경신도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 3분기 연결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8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26.6%, 영업이익은 782.5% 급증한 것으로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영업이익의 경우 시장전망치(약 106조원)를 1조원 이상 웃돌면서 직전 분기(89조4924억원)를 넘어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누적 매출도 500조원을 넘어섰다.
100조원대의 분기 영업이익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나온 적 없는 전무후무한 실적이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가 직전 분기 우리 돈 85조원대(637억30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과 비교해도 20조원 이상 더 벌어들인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삼성전자가 등극한 셈이다. 과거를 따져봐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하며 테크기업으로는 최초 기록이다.
1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DS)부문이다. 메모리사업부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보다 많은 11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률도 80%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1000원에 팔아서 800원 이상 남겼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분기부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인공지능) 플랫폼 '베라 루빈'향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매출이 본격 반영되면서 실적에 힘을 보탰다.
D램 가격 상승세도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범용 D램 계약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3~18%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전 분기(53~58%)보다 상승 폭은 둔화했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상승률이다. HBM4 생산 비중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범용 D램 공급 여력이 줄어 수급도 더욱 빠듯해지는 양상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등 비메모리 분야도 적자 폭을 개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HBM4에는 자사 4나노(㎚·1㎚=10억분의1m) 공정 기반의 베이스다이가 탑재된다. HBM4 생산이 늘어날수록 파운드리 가동률도 개선되는 구조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AI 추론 전용 칩 '그록3(Groq3)' 양산도 본격화했다.
전망도 밝다. 최소 내년까지는 실적 신기록 행진이 이어질 것이란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반도체 생산능력은 증설투자 효과가 본격화되는 2028년 이후에야 늘릴 수 있는데 수요는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LTA(장기공급계약)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에 유리한 조건으로라도 미리 반도체를 확보하려는 고객사가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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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A 확대는 메모리 호황의 지속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장기공급계약인 SCA(전략적고객협약)가 한 분기 만에 16건에서 26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LTA 추가 계약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힌 만큼 3분기 중 계약이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은 올해 2분기에 사상 첫 분기 적자(8000억원 영업손실)를 낸데 이어 3분기에도 적자 폭이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메모리 가격 급등 등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3분기 스마트폰 사업(MX사업부)과 TV·가전 등에서 약 2조원대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DX부문은 '상반기 최초 매출 100조원 돌파' 등 선전했으나 수익성 면에서는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잠정실적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의거해 추정한 결과로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된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