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값' PB상품의 명과 암

[기자수첩]'반값' PB상품의 명과 암

엄성원 기자
2014.05.28 06:50

'반값 상품'으로 통하는 대형마트 PB(자체 브랜드) 상품이 빠른 속도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생활용품과 가공식품에 국한됐던 PB 상품은 이미 신선식품과 가전제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A대형마트는 불과 한 달 전 홍삼과 비타민으로 돌풍을 일으키더니 최근에는 분유시장에까지 출사표를 던졌다.

매출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PB 상품이 대형마트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20%를 훌쩍 넘는다. 마트에서 팔리는 상품 4개 중 1개꼴로 PB상품인 셈이다.

대형마트들이 이처럼 PB 상품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매출 때문이다. 장기불황과 정부 규제로 성장이 멈춘 상태에서 실적과 수익을 동시에 잡으려면 PB 상품만한 것이 없다. PB상품은 생산-유통 단계를 간소화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데다 생산-유통 과정을 일관되게 처리할 수 있어 매출 관리도 용이하다.

불황으로 일감을 찾기 힘든 중소 제조업체에게도 대형마트 PB 상품 생산 제안은 반가운 일이다. 자본력과 판로를 갖춘 대형마트와의 납품계약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동시에 자신만의 품질을 널리 알릴 기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형마트 PB상품의 득세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PB상품이 늘면 중소 제조업체들이 대형마트 매장에 독자 진출하기가 그만큼 힘들어진다. 새로운 PB 상품이 진열대에 오르려면 그 자리를 채우던 기존 상품이 자리를 내줘야 한다.

중소 제조업체에게도 장기적으로는 대형마트 PB 상품 생산은 독이 될 수 있다. 대형마트가 원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려면 마진을 줄이는 수밖에 없어서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중소 제조업체는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PB 상품이 중소 제조업체와 상생을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은 빛 좋은 개살구다.

특히 최근에는 중소 제조업체가 아니라 같은 그룹 계열의 식품업체 등으로 PB 상품 발주처를 옮기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형마트는 같은 계열사를 통해 PB 상품을 만들면 더 안정적으로 품질과 생산 관리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는 결국 또 다른 내부거래일 뿐이다.

불황의 돌파구로써 PB상품에 집중하려는 대형마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나친 PB 상품의 몰입은 생산-유통 간의 건전한 균형관계를 흔들 수 있다. PB 상품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는 것이 또 다른 '독과점' 논란을 불러서는 안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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