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00兆 데이터센터' K건설 새 시장 연다

'8700兆 데이터센터' K건설 새 시장 연다

배규민 기자
2026.04.27 04:04

현대·삼성물산·한화, 시공 경험 살려 신사업모델 개발
GS·SK에코플랜트는 MEP도… 인프라 디벨로퍼 전환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데이터센터 사업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되지만 시장규모 자체가 빠르게 커지면서 중장기 성장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 시공을 넘어 투자와 운영까지 아우르는 '인프라 디벨로퍼'로의 전환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데이터센터를 신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보고 조직신설과 기술투자, 사업구조 전환에 나섰다. 데이터센터는 전력공급과 냉각, 보안, 통신 등 복합기술이 결합한 고난도 시설로 일반 건축 대비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수주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안정적인 수익확보가 가능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수요급증이 있다.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라 국내외를 막론하고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랜드뷰리서치 등 주요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해 2030년 4373억달러(약 613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규모는 훨씬 크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이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세계 데이터센터에 6조7000억달러(약 8700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력과 설비 등을 포함한 전체 인프라 기준이다.

건설사들은 이런 성장성을 바탕으로 사업모델 전환에 나섰다. 대우건설은 데이터센터 수요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전담 TFT(태스크포스팀)를 신설하고 설계·시공뿐 아니라 MEP(기계·전기·배관설비) 역량강화에 나섰다. 전남 장성·강진 일대에서 최대 500㎿(메가와트)급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단순 시공을 넘어 투자·개발단계까지 참여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진출을 통해 해외사업 확대도 추진한다.

경쟁구도는 기술과 사업모델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SK에코플랜트는 설계·시공 최적화와 MEP 역량을 결합해 'AI 인프라 솔루션 공급자'로 도약을 추진한다. EPC(설계·조달·시공) 수행역량 고도화와 함께 사업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시공성과 기술적 타당성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GS건설은 개발·운영까지 포함한 수익형 모델구축에 나서며 데이터센터를 장기 수익기반 자산으로 키운다.

시공경험을 앞세운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건설은 2004년 금융결제원 분당센터를 시작으로 KT 목동 IDC(인터넷데이터센터),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등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국내 최다 수준의 데이터센터 시공실적을 보유했다. 이를 기반으로 친환경 전력인프라와 연계한 데이터센터 모델개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투자 규모 전망/그래픽=이지혜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투자 규모 전망/그래픽=이지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데이터센터 구조변화에 대응해 차별화 기술확보에 집중한다. 특히 고발열 서버대응이 가능한 액침냉각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모듈러 공법을 도입해 공기를 단축하는 등 AI데이터센터 시장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한화건설은 2004년 KT 강남 IDC를 시작으로 금융·통신사 데이터센터를 꾸준히 시공하며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최근에는 영등포, 창원, 고양 등 주요 거점에서 프로젝트를 확대하며 과거 시공경험을 기반으로 수주경쟁력을 강화한다.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를 중심으로 동남아·중동 등지에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건설사들도 해외 EPC와 투자기회를 동시에 노린다.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사업이 주택경기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핵심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판단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AI 시대를 이끄는 핵심 인프라로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시장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는 만큼 건설사들의 수주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