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 시속 250㎞로 서킷을 질주하는 레이싱카가 페인트회사의 '달리는 실험실'로 변신했다. 자동차보수용 수성도료를 직접 칠해 고속 주행과 진동, 열기 등 극한 환경에서 성능 데이터를 쌓기 위해서다. 범용 페인트의 성장성이 주춤하자 페인트업체들이 레이싱 실증부터 인공지능(AI) 조색, 자동 배합까지 '자동차 페인트' 기술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노루페인트(8,210원 ▲120 +1.48%)의 자동차보수용 수성도료 '워터큐(Water-Q)'를 적용한 레이싱카가 지난 22일 첫 실전에 나섰다.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6 오네(O-NE)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5라운드 TGR 6000 클래스에서 워터큐 이레인 레이싱팀은 3위를 기록했다.
보통 레이싱카는 래핑 방식으로 도장하지만 노루페인트는 전용 형광 컬러를 별도로 개발해 차량 전체를 직접 도장했다. 평균 시속 200㎞ 안팎, 최고 시속 250㎞에 달하는 고속 주행과 강한 진동, 아스팔트의 열기 등에 도료를 노출시켜 성능을 검증했다. 최종 8라운드까지 도막·색상·광택 등을 점검해 실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제품 개선에 활용할 계획이다.
KCC(473,500원 ▲4,000 +0.85%)는 AI 기반 자동차 보수용 컬러 솔루션 '칼라나비플러스'를 통해 차량 색상과 메탈릭·펄 입자 등을 분석해 최적의 배합비를 찾아준다. 평균 4일 이상 걸리던 배합비 제공 시간을 24시간 이내로 줄였다. 'CR6 자동 배합 시스템'은 컬러코드와 배합값에 맞춰 도료를 자동으로 계량·배합해 반복 작업을 줄여준다.
전체 작업시간을 줄이려는 노력도 이어진다. SP삼화(6,700원 ▲300 +4.69%)의 자동차 보수용 '카로클 프리미엄 1K 서페이서'는 적외선 건조 시 2~5분 만에 건조돼 후속 연마 공정으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다. 노루페인트도 기존 2~3회 필요했던 건조 작업을 1회로 줄인 'Wet-on-Wet F/P 시스템'을 지난해 내놨다.
자동차 보수용 도료 시장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함량을 낮춘 유성도료와 수성도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자동차 보수용 상도 베이스코트의 VOCs 허용 기준이 450g/L에서 200g/L로 강화되면서다. 국내 시장은 약 2050억원 규모로 2030년까지 연평균 약 5% 성장이 예상된다.
숙련인력의 고령화도 기술 경쟁을 재촉하는 요소다.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자동차 정비업계 도장 분야 종사자 가운데 50~60대가 56.5%를 차지하는 반면 20~30대는 4.3%에 그쳤다. 도장 작업은 숙련자의 경험과 전문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작업자에 따라 작업시간과 품질에 편차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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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페인트업계는 도장 작업 자체를 데이터와 기술로 표준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스포츠카 등 고급차를 중심으로 펄·메탈릭·캔디 등 구현이 까다로운 특수 색상이 늘면서 정확한 조색과 작업시간 단축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료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생산 증가와 차량 고급화가 이어지면서 특수 자동차용 도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라며 "범용 도료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기술력과 데이터를 확보해 차별화할 수 있는 자동차 시장이 기술 격전지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