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괴물산불, 이제는 복구다⑤

영남 산불로 국내 최대 마늘 산지인 경북 의성을 비롯해 마늘밭과 과수원 수천ha(헥타르)가 잿더미로 변했다. 불탄 밭과 과실 묘목이 예전 모습을 찾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농산물 가격 폭등(애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나온다.
1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의성군의 마늘 재배 농가는 3233가구, 재배면적은 1700ha, 연간 생산량은 1만9262t(톤)에 달한다. 연간 소득 규모는 약 900억원이다.
안동에선 고추와 생강이 주요 작물로, 재배면적은 2043ha, 연간 생산량은 7269톤이다. 경남 산청의 대표 농산물 곶감은 1388ha에서 재배되며 연간 생산량은 1만1375톤, 소득 약 400억원이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약 10배에 달하는 3785ha다. 의성에서 마늘 농사를 하는 김종욱씨(60)는 "수확 두 달 앞두고 산불이 발생해 마늘밭 대부분이 불탔다. 마늘 싹도 말라버려 올해 농사는 망쳤다"라고 말했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태리에서 곶감 농사를 하는 강모씨(60)는 "감나무, 농기계 등 곶감 생산에 필요한 모든 것이 타버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나무는 10년은 키워야 제대로 된 열매를 맺는데, 그 세월을 어떻게 다시 기다리나"라고 토로했다.

피해를 복구하고 농산물을 다시 생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의성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마늘밭의 흙을 다시 갈아엎을 필요는 없지만, 산불로 생긴 넓게 퍼진 잿더미를 모두 걷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화재로 마늘잎이 말라버린 경우, 알갱이가 작게 자라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마늘은 종구(씨 마늘)용으로라도 활용해 내년 수확을 기다리는 방법밖엔 없다"라고 말했다.
사과·곶감 과수원은 시간이 더 걸린다. 산청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산불로 불타 버린 묘목은 생산 기능을 잃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두 베어버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3년생 과실 묘목을 구해 다시 심어야 하는데, 상품성 있는 열매를 맺기까지 약 10년 정도가 걸린다. 그 시간을 어떻게 기다리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농산물이 다시 생산되기 전까지는 공급 부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가격은 높아진다. 이미 주요 농산물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달 깐마늘은 지난해보다 19.0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배추(10㎏ 기준) 17.13% △건고추 2.61% △무 77.84%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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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산불로 영남 지역 농산물·과실 생산이 불가능해져서 애그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다년생 작물인 과실 묘목이 타버려 수년간의 농사를 한 번에 잃었다. 올해도 이상기후로 농산물 가격이 올랐는데, 산불까지 겹쳐 공급 부족이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지나 과수원은 일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산에서 자라는 송이는 자연 발생으로 자라기 때문에 객관적인 피해 산정도 어렵다. 양성학 경북 영덕군 산림조합장은 "영덕은 송이버섯 주산지인데, 이번 산불로 피해가 크다. 송이가 자연적으로 자란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못 받는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숲에서 송이가 다시 자라려면 약 50년 넘는 세월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