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용예산 해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이다. 한푼이라도 더 받고, 더 깎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지만, 정작 해마다 책정하고도 쓰지도 않은 예산이 넘쳐난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배정해 놓고 집행하지 않은 ‘불용(不用)예산’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이다. 한푼이라도 더 받고, 더 깎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지만, 정작 해마다 책정하고도 쓰지도 않은 예산이 넘쳐난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배정해 놓고 집행하지 않은 ‘불용(不用)예산’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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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기획재정부 3층 예산실은 인산인해다. 각 부처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저마다의 사정으로 예산실을 찾는다. 장성급 군인도 있고 심지어 연예인의 모습까지 간혹 보인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예산을 더 따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어렵사리 따낸 예산이 정작 제대로 쓰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매년 사용하지 못한 예산, 즉 불용(不用) 예산이 수조원에 이른다. 매년 발생하는 불용 사업도 있다. 타낸 쪽이나 준 쪽이나 모두 관례적으로 예산을 편성한 것인데, 정작 예산이 쓰여야 할 곳에 쓰이지 못하지만 양쪽 모두 책임은 지지 않는다. 20일 국회예산정책처와 기재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불용 예산은 92조2952억원이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진 매년 5조원대를 기록하다가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줄곧 10조원대의 불용액이 생겼다. 지난해에는 그나마 불용 예산이 7조1402억원으로 다소 줄었다. 전년도에서 이월된 것까지 포함한 예
2013년과 2014년에는 유독 불용(不用) 예산이 많았다. 각각 18조원, 17조원 규모였다. 2012년 불용 예산이 5조원대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에 정치권에선 ‘의도적 불용’이라며 의심을 눈초리를 보냈다. 박근혜 정부는 유난히도 세수결손에 시달렸다. 나라 곳간이 넉넉하지 못해 지출에 부담을 느꼈다. 결국 각 부처에 불용을 확대하도록 유도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렇게라도 예산을 아낀다는 명목이었다. 공교롭게 세수상황이 호전되면서 불용액은 줄었다. 지난해 불용 예산은 7조1402억원이다. 불용 예산은 합리적인 재원 배분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히지만, 이처럼 합리적이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불용 예산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연례적으로 집행이 부진한 사업의 원인 중 사업추진의 지연(28.4%), 관계기관 간 협의 지연(24.8%)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예상 가능한 불용 예산도 만만치 않다. 집행률이 낮은 사업을 항목별로
‘'도시경쟁력 강화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도시재생뉴딜 추진’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전국적으로 도시재생뉴딜 사업을 공공중심으로 지원하고, 도시재생과 연계해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한다는 게 핵심이다. 올해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도시재생지원 사업에 2779억 원을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기업과 지자체, 민간 등이 합착해 특수목적회사(REITs)를 설립, 노후 지역을 개발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올해의 4분의3이 지난 지난 9월 말 현재 집행률은 7.7%에 불과하다. 당초 계획은 상반기에 1330억원 등 연간 고르게 집행한다는 것이었지만, 9월까지 213억원만 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런데도 국토부는 내년 도시재생리츠 등 출·융자사업에 올해와 비슷한 2725억원을 배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시재생사업은 쇠퇴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사업인 만큼 리스크가 크고 이해관계자가 많아 사업이 더뎌지는 부분이 있다”며 “규모가 큰
'고용정책 사령탑'인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일자리위)가 올해 편성예산 중 절반(11월 17일 기준)을 쓰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 악화의 원인과 해법을 진단하고 제시해야 할 일자리위가 관련 예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셈이다. 일자리안정자금,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 주요 일자리사업 예산 불용률도 최소 10%를 넘을 전망이다. 20일 '재정정보공개시스템 열린재정'을 통해 일자리사업 예산 집행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일자리위 운영 예산 52억3100억원 가운데 지난 17일까지 집행액은 25억8500만원이다. 집행률은 49.4%다. 저조한 예산 집행률은 고용 악화에 뒤따르는 책임을 더 가중시킨다. 일자리위가 고용 개선을 위해 나랏돈을 추가로 사용해도 모자랄 판에 남겼기 때문이다. 일자리위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 업무지시로 만들어졌다. 성과는 변변치 않다. 취업자 증가 폭, 고용·실업률 등 주요 일자리 지표는 올해 들어 크게 후퇴했다. 일자리위는 예산 집행이 연말로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