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용예산해부]SOC 예산 중심으로 불용 꾸준히 발생…명시이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2013년과 2014년에는 유독 불용(不用) 예산이 많았다. 각각 18조원, 17조원 규모였다. 2012년 불용 예산이 5조원대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에 정치권에선 ‘의도적 불용’이라며 의심을 눈초리를 보냈다.
박근혜 정부는 유난히도 세수결손에 시달렸다. 나라 곳간이 넉넉하지 못해 지출에 부담을 느꼈다. 결국 각 부처에 불용을 확대하도록 유도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렇게라도 예산을 아낀다는 명목이었다.
공교롭게 세수상황이 호전되면서 불용액은 줄었다. 지난해 불용 예산은 7조1402억원이다. 불용 예산은 합리적인 재원 배분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히지만, 이처럼 합리적이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불용 예산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연례적으로 집행이 부진한 사업의 원인 중 사업추진의 지연(28.4%), 관계기관 간 협의 지연(24.8%)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예상 가능한 불용 예산도 만만치 않다. 집행률이 낮은 사업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도로 건설과 시설 건립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많다. 문제는 이들 사업 중 상당수는 공사가 늦어지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우 서산도시형산단 진입도로사업과 창원 동전산단 진입도로사업의 집행률은 각각 18%, 53%에 그쳤다. 산업단지 조성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산음봉산단 진입도로사업은 민원 발생으로 일부 공사가 중단됐다.
SOC 예산은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맞물린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SOC 예산 편성을 업적으로 여긴다. 당장 집행이 어렵더라도 사업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성과를 낸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있다.
결과적으로 “일단 예산부터 배정하고 보자”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정치권은 예산 결산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예산을 타 내려고 편성 과정에서 공방을 펼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각 부처 역시 불용 예산이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예산의 불용이 발생하면 그만큼 제때 재정을 투입하지 못하게 된다. 예컨대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가정양육수당 예산 44억원을 추가하려 했지만 기재부의 반대로 정부안에 담지 못했다.
독자들의 PICK!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지 않는 미취학아동에게 지급하는 가정양육수당은 취학 직전 1월과 2월에 지급하지 않는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이 기간에도 보육료를 지급한다.
복지부는 형평성 차원에서 이 기간에 가정양육수당을 지급하려고 했지만, 기재부는 특별한 이유 없이 정부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44억원의 예산 증액도 어려운 상황에서 매년 수조원씩 발생하는 불용 예산은 문제일 수밖에 없다.
몇 해 전 불용 예산이 생기면 불이익을 주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가 주기적으로 재정관리점검회의를 열어 예산 집행률을 독려하는 정도에서 그쳤다.
따라서 불용 예산의 명시이월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명시이월은 제 때 쓰지 못할 예산을 국회의 의결을 거쳐 이듬해로 넘기는 제도다.
기재부 관계자는 “불용이 발생할 경우 적기에 예산을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지만 그 돈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불용률을 줄이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