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상조시대, '리부트'의 시간
상조 서비스 가입자는 올해 10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질적 성장을 저해하는 고질적인 병폐가 박혀 있는 게 현실이다. 중소업체의 잇따른 폐업과 기형적인 회계 구조 속에서 위태롭게 운영되는 업체들, 고가 가전제품을 끼워 파는 기만적 결합상품 마케팅까지 판을 친다. 상조 서비스가 국민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는 진정한 '안식처'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상조산업 전반을 살펴본다.
상조 서비스 가입자는 올해 10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질적 성장을 저해하는 고질적인 병폐가 박혀 있는 게 현실이다. 중소업체의 잇따른 폐업과 기형적인 회계 구조 속에서 위태롭게 운영되는 업체들, 고가 가전제품을 끼워 파는 기만적 결합상품 마케팅까지 판을 친다. 상조 서비스가 국민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는 진정한 '안식처'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상조산업 전반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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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경기도 가평에 사는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적금성 상품이면서 전자제품(애플워치+에어팟 프로)을 사은품으로 주는 광고를 보고 한 업체와 상품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나중에 계약서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제공된 전자제품은 사은품이 아니라 상조(선불식 할부거래) 결합상품 계약(상조서비스 및 렌탈계약)임을 알게 됐다. 이미 수개월 납입을 한 상황인터라 상조업체에선 200개월을 납입해야 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계약 해제를 요구했지만 이 업체는 전자제품 비용으로 300만원을 요구했다. #사례2. 회사원 K씨는 2021년 9월 한 상조업체와 월 5만9000원씩 167회를 납입하고 만기일을 채우면 원금을 환급받는 상품 계약을 맺었다. 이후 사은품으로 건조기를 받았다. K씨는 최근 이 상조업체가 폐업한 것을 알고 납입금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가입 시 받은 사은품(건조기)도 계약의 내용이란 이유로 환불을 거부했다. #사례3. 한 상조업체와 상조 계약을 맺은 전업주부 H씨는 계약서, 약관, 증서 등 관련 서류를 교부받지 못했다.
상조업계(선불식 할부거래업)에 대한 소비자 불신과 비판이 이어지면서 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수금 보호 강화와 가격 구조 단순화, 직영 시스템 확대 등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상조업계는 상조 본연의 업무에 대한 신뢰 회복 노력과 함께 웨딩·헬스케어·여행 등 '토탈 라이프케어' 영역으로 외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웅진프리드라이프는 선수금 보전비율을 법정 기준(50%)보다 높은 51%로 운영 중이다. 제1금융권 8곳(업계 최다)과 지급보증 계약 및 예치를 통해 보전하고 있다. 나머지 선수금은 전문 자산운용 조직이 정기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로 유동성을 관리한다. 올해는 '웅진프리드 360·450·540' 시리즈를 출시해 상품 구조를 단순화했다. 가격 체계를 명확히 하고 소비자가 예산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만기 완납 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납입금 100% 환급 구조를 도입해 목돈을 넣은 소비자의 우려를 줄였다.
국내 상조(선불식 할부거래) 시장이 1000만 가입자 시대를 앞둔 대전환기를 맞으면서 업계는 장례 지원을 넘어 여행·웨딩·헬스케어까지 아우르는 '토탈 라이프 서비스'로의 진화를 꿈꾼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산업의 질적 성장을 결정지을 골든타임이라고 진단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규제 등 관리·감독 체계 개편이 꼽힌다. 10조원 규모의 선수금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금융권 수준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상조회사는 정부의 인가가 아닌 등록만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다. 상조 서비스는 금융상품 중 '선불식 할부거래 제도'로 분류돼 현행법상 선수금의 50%만 은행에 예치하면 그 외에 별다른 제재를 받지도 않는다. 일반 금융회사와 달리 금융 당국의 엄격한 감독을 받거나 자본 현황을 투명하게 공시해야 할 의무도 없다. 진입규제와 영업행위 규제, 건전성 규제 등의 강화 모두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상조(선불식 할부거래업) 서비스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역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조산업이 선수금 10조원, 가입자 1000만명 시대에 접어들며 성장하면서도, 소비자를 보호할 안전장치 마련에 미흡하단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6일 확보한 한국소비자원 접수 상조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지난해 202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149건에서 최근 3년간 증가 추세인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0건을 넘어섰다. 최근 5년 간 신청접수건 중 가장 많은 피해사유 항목은 계약해지·위약금과 관련한 내용(462건)이었다. 피해접수 후 계약이 해지(98건)되거나 부당행위가 시정(31건)되는 등 해결된 사안도 있었지만 끝내 해결되지 못한 채 표류 중인 사건도 적지 않다. 국내 상조 시장은 소수 대형 상조기업이 과점한 구조다. 주요 상조기업 별 가입자 수를 보면 올해 1월 기준 1위 업체인 웅진프리드라이프(252만8000명)를 포함해 보람상조개발, 교원라이프 등 상위 5개사의 가입자 수는 735만400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