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는 사립대병원 거래
사립대병원 운영자인 학교법인이 의약품 도매사를 설립하고 이곳이 산하 병원과 거래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현행법상 지분율 49%이하라면 불법이 아니지만 병원이 약을 싸게 살 이유가 사라져 결국 환자가 경제적 피해를 보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거래의 맹점과 해결책을 모색한다.
사립대병원 운영자인 학교법인이 의약품 도매사를 설립하고 이곳이 산하 병원과 거래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현행법상 지분율 49%이하라면 불법이 아니지만 병원이 약을 싸게 살 이유가 사라져 결국 환자가 경제적 피해를 보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거래의 맹점과 해결책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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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병원 의약품 입찰 과정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학교법인 조선대학교가 최근 의약품 도매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병원이 공급업체 선정 방식을 기존 최저가 낙찰에서 '협상 후 낙찰'로 갑자기 변경하면서다. 병원 안팎에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병원은 의약품 납품 전문성과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조선대병원은 올해부터 의약품 공급업체 선정 방식을 기존 최저가 입찰자에서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가장 낮은 입찰 금액을 제출한 도매사를 선정했다면, 앞으로는 제안서를 받고 점수를 매겨 공급업체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조선대병원은 이런 변경 기준으로 지난 4일까지 △A그룹 2000종 △B그룹 122종 △C그룹 79종의 의약품 입찰을 진행했다. 이 역시 기존과 비교해 그룹수는 줄이고, 개별 물량은 늘렸다. 전체 입찰 의약품의 75%와 23%를 차지하는 A·B그룹은 현재 제안서를 평가하고 있다. 2% 규모의 C그룹은 단일 입찰로 유찰됐다.
올해 조선대병원 입찰 방식이 학교법인 조선대학교가 지분 투자한 의약품 도매사에 유리하게 변경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학교 이사회가 합작법인 설립 당시 '실질적 이익'과 '수익 창출'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사회는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의약품 도매사를 세우고, 이곳이 의약품 입찰에 나서는 것을 두고 법 위반 소지를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파악된다. 2년 전에도 불공정 거래 논란으로 내부 구성원 반발이 극심했지만,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라며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학교법인 조선대학교 2025년 제10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이수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 9명과 감사 2명은 지난해 12월 18일 학교 본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합작투자법인 설립을 위한 협약(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헌법재판관 출신의 김 이사장이 해당 안건을 상정했고, 이어 법인사무처가 △합작법인 형태 △자본금 △이사회 구성 △매출 목표 등 주요 협약 내용을 설명한 후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학교법인이 만든 합작법인이 산하 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행태가 최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조선대병원-조선대 이외에도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작법인의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일반 의약품 도매사보다 비교적 높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같은 '특수관계 합작법인'이 약가를 인위적으로 올린 채 고정하고, 이에 따라 환자의 경제적 피해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머니투데이가 주요 의약품 도매사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사립대병원과 연관성이 파악되는 곳은 △세브란스병원-안연케어 △경희대병원-팜로드 △한양대병원-에스앤비팜 △백병원-화이트팜 △성모병원-비아다빈치 등이다. 안연케어는 주식회사 아이마켓코리아가 51%, 학교법인 연세대학교가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감사보고서 상에 학교법인 연세대는 '유의적 영향력 보유기업'으로 구분됐다.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한 연세의료원은 '기타특수관계자'다. 안연케어는 지난해 매출 7915억원, 영업이익은 328억원을 기록했다.
국회가 의료기기 유통구조의 공정성·투명성 제고를 위해 의료기기법을 개정했지만, 약사법을 거의 그대로 따라 이대로라면 '꼼수 거래' 위험성이 여전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행 약사법상 의약품은 학교법인이 지분 49%를 가진 도매사로부터 법인 산하 대학병원이 의약품을 공급받아도 '특수관계'에 해당하지 않아 불법이 아닌데, 의료기기도 이를 본 따 동일한 특수관계 기준을 인용하고 있기 떄문이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의료기기 판매업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의료기관 간의 거래를 원천 차단하는 의료기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해 김남희·김선민·김윤·서명옥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을 통합·조정한 것으로, 2년 뒤인 2027년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불공정한 의료기기 유통구조에 피해가 누적된다는 업계 지적에 따라 입법이 추진됐다. 대학병원은 간접납품업체(간납사)를 통해서만이 의료기기 거래를 할 수 있는데, 이런 간납사를 병원과 연관된 사람이 운영하는 데 문제가 없어 대금결제를 미루거나 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과도한 할인을 요구하는 등 '갑질'이 자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대학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의약품 도매사를 세우고 산하 병원에 약을 공급하는 행태가 약가 인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온다. 병원이 약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데도 그렇지 않아서 환자는 비싼 값에 약을 사고,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부대표(약사)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형태의 의약품 도매 카르텔로 보인다"며 "병원이 약을 싸게 사야 하는 유인을 제거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실거래가 약가 인하라는 제도가 있는데, 병원이 약을 싸게 사면 이를 신고하고 평균 가격을 더 낮게 새로 정하는 것"이라며 "대학병원은 구매약의 종류와 양이 많아 (가격 인하 시 평균가가) 1~2%씩 싸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유인이 학교법인이 대형 도매사를 운영하면 사라진다"면서 "병원이 약을 더 많이, 비싼 것을 처방하게 될 수 있어 환자에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건강상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