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강국, 과제는
바이오 강국은 이제 꿈이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다. 의약품은 어느새 우리 경제 수출 효자 상품으로 부상했다. 신약 파이프라인이나 플랫폼 기술의 사업화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 K-바이오의 한계도 뚜렷하다. 신약 후기 임상을 성공한 경험은 부족하고, 미국 등 제약 산업 선도 국가와 비교하면 투자 규모 차이도 크다. K-바이오가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기 위한 과제를 점검하고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다.
바이오 강국은 이제 꿈이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다. 의약품은 어느새 우리 경제 수출 효자 상품으로 부상했다. 신약 파이프라인이나 플랫폼 기술의 사업화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 K-바이오의 한계도 뚜렷하다. 신약 후기 임상을 성공한 경험은 부족하고, 미국 등 제약 산업 선도 국가와 비교하면 투자 규모 차이도 크다. K-바이오가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기 위한 과제를 점검하고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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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은 결국 돈과 시간이 핵심입니다. 민관 협력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K-블록버스터를 키워야 합니다. "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박 단장은 K-블록버스터가 등장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신약 개발 기업이 안정적으로 연구비를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그래서 정부의 지속적이면서 현실적인 연구개발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별 신약 과제의 개발 타당성과 예산 적정성을 기반으로 한 유동적인 지원 설계, 즉 신약 개발 지원 과정의 정책적 탄력성 확보가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허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데이터 패키지 구축과 규제 대응 역량 고도화,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 개발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더 나아가 기업 차원의 강력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노력과 정부의 과제별·연구단계별 맞춤형 지원 체계가 시너지를 내야 긴 호흡의 신약 개발 경쟁에서 K-바이오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약 1개 개발하려면 3조원 필요…정부 지원정책 유연해져야"━박 단장은 해마다 신약 개발 비용 부담이 커져 국내 다수 바이오텍(바이오기술기업)이 연구개발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바이오 산업은 그동안 신약을 연구하는 바이오텍(바이오기술기업)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소수 대기업이 주도했다. 올해는 소수 대기업이 아닌 다양한 바이오텍이 잇따라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하며 K-바이오 성장을 견인했다. 바이오 대기업과 신약 개발 기업의 '쌍끌이' 성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수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올해도 꾸준한 수주로 성장을 이어가며 최고 실적을 또 한 번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다수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며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올해 역시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엔 바이오텍의 활약도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못지않다. 알테오젠은 전 세계 매출액 1위 항암제 '키트루다'의 피하주사(SC) 제형 신약 '키트루다SC' 개발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 강자로 우뚝 섰다.
K-바이오의 약점으로 '속도'가 꼽힌다. 기술 잠재력은 충분히 증명했지만, 상업화라는 열매를 맺기 위한 속도 경쟁에선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는 평가다. 머니투데이 합동 인터뷰에 참여한 신약 플랫폼 기업 대표이사 3인(이동기 올릭스 대표,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 차상훈 에이프릴바이오 대표)은 특히 K-바이오가 속도에서 밀리는 이유로 산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와 자본 규모의 구조적 한계를 꼽았다. ━바이오텍 울리는 법차손…임상 승인 검토 기간도 줄여야━바이오 산업 현장에서 요청하는 제도 개선의 대표적 사례가 상장회사에 적용하는 법인세 차감전 손실(법차손) 기준이다. 코스닥 상장회사는 연 매출액이 30억원 미만이거나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 50% 초과가 3년간 2회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은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하는데,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매출액 요건을 5년, 법차손 요건을 3년간 유예받는다. 하지만 이 역시 바이오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K-바이오의 글로벌 사업화 성과를 보면 플랫폼 기술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알테오젠의 독자적인 의약품 제형 변경 플랫폼을 적용한 '키트루다SC'가 대표적이다. 또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Grabody)는 올해 초대형 글로벌 기술수출 2건으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올릭스의 RNAi(RNA 간섭) 플랫폼 기술과 리가켐바이오의 ADC(항체약물접합체) 원천기술 플랫폼도 빼놓을 수 없다. 머니투데이는 국내 신약 개발 플랫폼의 성공 경험을 분석하고 글로벌 성장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주요 신약 플랫폼 기업 3곳의 대표이사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인터뷰엔 이동기 올릭스 대표와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 차상훈 에이프릴바이오 대표(가나다순)가 참여했다. ━플랫폼 기술이 K-바이오 성장의 해법 될 수도━머니투데이 합동 인터뷰에 참여한 3인의 대표는 플랫폼 기술이 K-바이오의 성장을 이끄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공감했다. 차상훈 대표는 "신약 개발은 다년간의 막대한 투자와 누적된 임상 경험 등 수십년의 선행 노하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반면 플랫폼 기술은 학술적인 연구 능력과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걸쳐 쌓아야 하는 선행 노하우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K-바이오의 위상은 몰라보게 높아졌다. 이제 국내 바이오 산업은 연간 20조원에 육박하는 혁신신약 기술수출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 바이오의약품은 국내 여러 산업 중 가장 수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올해 국내 제약 및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기술수출 규모는 지금까지 약 18조1110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신약 파이프라인이나 플랫폼 기술 위주로 이뤄낸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바이오의약품 수출 성장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국내 바이오의약품 수출금액은 49억4200만달러(약 7조30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9. 3%에 달한다. 바이오의약품을 포함한 전체 보건산업의 올해 3분기 누적 수출금액은 208억달러(약 30조6000억원)로 늘었다. K-바이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쌓은 토대 위에 연구 역량을 갖춘 바이오텍(바이오기술기업)의 활약이 더해지며 질적 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