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의 그늘, 암표공화국
암표방지법 시행 한 달, 메신저와 해외 사이트를 통한 우회 판매가 이어진다. 대통령이 나서서 엄벌을 외치고, 처벌 수위를 높였는데도 암표가 사그라들 줄 모른다. 한정된 표를 선점해 웃돈을 붙이는 수익 구조와 단속·플랫폼 관리의 빈틈을 짚고, 정당한 관람 기회를 되찾을 해법을 살핀다.
암표방지법 시행 한 달, 메신저와 해외 사이트를 통한 우회 판매가 이어진다. 대통령이 나서서 엄벌을 외치고, 처벌 수위를 높였는데도 암표가 사그라들 줄 모른다. 한정된 표를 선점해 웃돈을 붙이는 수익 구조와 단속·플랫폼 관리의 빈틈을 짚고, 정당한 관람 기회를 되찾을 해법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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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있어서 절대 안 잡혀요. 이 대화방도 10분 뒤 터집니다. "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인 텔레그램을 통해 한 아이돌 그룹의 공연 티켓을 문의하자 '10분 후 방 삭제' 알림이 왔다. '10분 떴다방' 판매자는 자신들이 중국과 한국에 거점을 두고 있는 '다국적군'이라고 소개하며 "공연이나 야구, 영화표 등 모든 표를 구해 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앱 아이디를 수시로 삭제하며 10분 간격으로 '떴다방' 형태로 운영하는데다 직접 만나 표를 전달한다는 단속 회피 '꿀팁'까지 전해줬다. 3일 머니투데이가 텔레그램과 중화권 SNS(소셜미이더) 샤오홍슈, 중고나라 등 플랫폼에서 공연과 스포츠, 영화 등 50건의 입장표를 검색한 결과 이 중 43건의 암표 판매를 확인했다. 올라와 있지 않은 공연이나 야구 경기의 표를 구해주겠다는 글이나 예매를 대신해주겠다는 글도 수백건이 넘었다. 한 판매자는 문의 전 강화된 암표방지법을 먼저 언급하며 "예매 대행은 절대 안 걸린다"고 설명했다.
무료로 개방된 한강공원에도 '자릿값'이 붙었다. 지난달 5일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앞두고 중고거래 게시판에는 15만~20만원을 받고 명당을 맡아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주최사가 파는 관람석이 아니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원 자리를 먼저 차지해 돈을 받는 거래였다. 공연·스포츠 암표 처벌을 강화한 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논란은 영화관과 무료 축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관람 기회를 선점해 이익을 얻는 방식은 비슷해도 적용할 법과 대응 수단은 제각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대책이 공연·스포츠 입장권에 집중되면서 다른 분야의 공백이 드러났다. 공연·스포츠에서는 되팔이를 생업으로 삼은 사례가 나왔다. 경기북부경찰청이 지난달 구속 송치한 30대 남성은 2018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표 8967장을 되팔아 판매액 24억원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2019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 표를 11만원에 사 300만원에, 2025년 세븐틴 팬 미팅 표를 11만원에 사서 180만원에 되팔았다.
암표 근절을 위한 규제가 강화되는 사이 티켓 재판매 플랫폼은 오히려 몸집을 키우고 있다. 소수 판매자에게 거래가 집중되는 가운데 부정판매자에 비해 플랫폼에 대한 제재 수단은 제한적이어서 플랫폼의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티켓 재판매 플랫폼인 티켓베이 운영사 팀플러스의 지난해 매출은 171억9914만원, 영업이익은 73억3954만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65. 1%, 106. 2%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두 배 이상 늘었다. 플랫폼 성장과 함께 일부 판매자에게 거래가 집중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티켓베이 판매자 4만4160명 가운데 거래 건수 상위 1%인 약 441명이 전체 거래의 41. 2%를 차지했다. 거래금액은 298억6400만원에 달했다. 상위 10%의 거래 비중은 74. 8%였다. 개인이 사용하지 못하게 된 표를 넘기는 수준을 넘어 반복·대량 거래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월드스타'의 공연 티켓에 웃돈을 붙여 되파는 행위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해외에서도 실명제, 형사처벌, 리셀(재판매) 가격 상한 적용 등 제도를 도입해 암표에 대응하고 있다. 3일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의 '해외 암표 규제 비교 보고서'(2024년)에 따르면 대만은 실명제를 적용해 티켓을 매매하며 웃돈을 얹은 '되팔기'를 금지하고 있다. 입장권 액면가나 정가를 초과해 팔면 암표로 간주하고, 암표 적발에 걸리면 액면가 또는 정가의 최대 50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매크로 프로그램 등 부당한 방법으로 티켓을 구매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대만 달러(한화약 1억3000만원)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대만 문화부는 직접 암표 신고 사이트를 운영하고 암표를 팔다 현행범으로 체포될 경우 3일 이하의 구류에 처할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2023년 9월 관객 5000명 이상 대형 공연에 '1인 1증 1표' 정책을 도입했다. 한 사람이 본인의 신분증으로 한 장의 티켓만 살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