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 못 놓는 노인들
전북 순창에서 70대 운전자가 조작 미숙으로 큰 사고를 냈다. 사상자가 20명이나 된다. 최근 이 같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대책 마련에 분주한 당국과 산업계, 당사자인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북 순창에서 70대 운전자가 조작 미숙으로 큰 사고를 냈다. 사상자가 20명이나 된다. 최근 이 같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대책 마련에 분주한 당국과 산업계, 당사자인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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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와 이들이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전북 순창군 구림면에서 1톤 트럭이 주민을 덮쳐 사상자 20명이 발생한 사고도 70대 고령 운전자의 조작 미숙이 사고 원인으로 파악됐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운전면허를 보유 중인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수는 약 402만명이다. 2017년(280만명)과 비교하면 5년 사이 43% 증가한 수치다. 영업용 차량을 운전하는 고령 운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일반화물차주 운전자 평균 나이는 53.7세다. 60대는 25.8%로 50대 이상 연령이 전체의 70.5%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총 16만4452명의 개인택시 기사 중 70대는 3만3283명, 80대는 1323명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103만9748건 중 61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는 24만3947건으로 전체의 23.4%를 차지
"주변에서 자꾸 비료 사러 가자, 농약 사러 가자 하니까 어쩔 수 없잖어."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희곡1리에 사는 이대헌씨(80)는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트럭을 운전할 때가 부쩍 늘었다. 농사물품을 사러 인근 안중읍 시장까지 버스를 타고 가면 차 타는 시간만 왕복 2시간 가까이 걸리지만 트럭을 운전해 다녀오는 데는 왕복 20여분,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까지 합해도 1시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길바닥에서 보내야 할 시간을 생각하면 운전을 포기할 수 없다. 이씨 외에도 희곡1리 주민 대부분이 비슷한 생각이다. 평택시에서 만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10만원 상당의 지역 상품권을 지급한다고 홍보하지만 희곡1리 주민 중 면허를 반납한 이는 한사람도 없다. 14일 희곡1리에서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제도를 두고 "농촌에서는 불가능한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고령 운전자 사고 문제의 해법으로 정부가 면허반납 제도를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늘면서 경찰이 고령자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정 나이가 넘으면 시간대나 장소 등을 한정해 운전면허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이 이런 제도를 시행 중이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조건부 면허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두고 지난해부터 연간 12억원씩 총 36억원을 투입해 외부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2024년까지 연구 검토를 마무리하고 2025년부터 본격 도입한다는 목표다. 고령자 조건부 면허제도는 고령 운전자의 운전 능력에 따라 야간이나 고속도로 운전금지, 최고속도 제한, 첨단 안전장치 부착 등 조건을 부여해 운전을 허용하는 제도다. 경찰 관계자는 "2024년 말 연구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공청회를 진행하고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가 현실화하면서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최근 4~5년 사이 빠르게 늘었다. 2021년 말 기준 운전면허를 보유 중인 만
고령자의 운전할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도로 위 안전을 담보할 방안을 찾는 것은 한국의 문제 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숙제다. 고령 운전자로 분류하는 나이 기준은 65세부터 79세까지 국가별로 다르지만, 운전면허 갱신 주기에 맞춰 신체 기능을 따져보거나 운전 실기평가 등 별도 규제를 마련해 적용하는 흐름은 비슷하다. ━건강진단서·사고경력 따지는 미국━미국은 주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대부분 고령 운전자 안전 규제(Senior Drivers regulation)가 있다. 의사가 작성한 건강 진술서를 제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운전할 수 있는 신체 상태라는 사실이 명시돼야 한다. 신체 일부분이 불편하거나 손실됐는지, 기억력이나 유연성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면허증 갱신 전 1년간 발작 이력이나 장애 이력 등도 확인한다. 사고경력도 따져본다. 65세 운전자가 6~9개월 동안 3번 이상 교통사고를 낼 경우 서면과 면접 평가를 받아야 한다. DMV(차량관리국)는 고령
최근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늘어나면서 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안전대책이 요구된다. 고령운전자들의 시야, 반응속도 등 운전 특성을 감안한 도로구조 설계부터 차량에 첨단사고방지장치를 장착해 사고 위험을 줄이는 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된다. 정부는 고령운전자의 야간운전을 금지하고 면허 갱신기간을 단축하는 등 운전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추진한다. 조건부 면허는 고령운전자의 운전능력을 평가해 야간·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제한 등을 조건으로 발급되는 운전면허다. 내년까지 관련 연구·용역을 마치고 세부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는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는 고령운전자에게 10만~50만원의 교통카드 또는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고령운전자 운전면허증 반납제도'만 운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고령자 차량에 운전을 '보조'할 수 있는 '첨단안전지원장치(ADAS)'를 장착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농어촌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개발되면 고령 운전자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수준의 자율주행이라면 운전자의 인지 능력 등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완전자율주행 수준까지 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노인들이 이 기술이 적용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공학회는 자율주행 기술을 레벨 0에서 5까지 총 6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에서 고령 운전자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자율주행은 레벨4부터다. 레벨4 자율주행은 대부분의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주행 제어와 책임 모두가 시스템에 있다. 운전자 개입은 대부분 불필요하다. 현재 보편적으로 운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주행보조장치는 레벨2에 해당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들은 '위험 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레벨3 문턱에 발을 내딛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초 기아의 전기차 신차 EV9과 제네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증가는 자동차보험을 파는 손해보험사들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 아직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갈수록 고령화되는 사회구조를 감안하면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70세 이상 운전자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전체 평균 대비 2~3%p(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자동차보험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4대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손해율은 일반적으로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이다. 통상 1~2%p 차이로 자동차보험 영업 관련 흑자와 적자가 나뉘는 상황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손해율 차이라는 게 손보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아직까지 고령운전자의 비중이 높지 않다. 전체적인 손해율이나 순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증가는 일부 세대의 문제가 아닌 전체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