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서에 사고경력까지 따진다...세계는 지금 '고령 운전' 규제중

진단서에 사고경력까지 따진다...세계는 지금 '고령 운전' 규제중

김하늬 기자
2023.03.14 19:15

[MT리포트]운전대 못 놓는 노인들 ④

[편집자주] 전북 순창에서 70대 운전자가 조작 미숙으로 큰 사고를 냈다. 사상자가 20명이나 된다. 최근 이 같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대책 마련에 분주한 당국과 산업계, 당사자인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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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의 운전할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도로 위 안전을 담보할 방안을 찾는 것은 한국의 문제 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숙제다. 고령 운전자로 분류하는 나이 기준은 65세부터 79세까지 국가별로 다르지만, 운전면허 갱신 주기에 맞춰 신체 기능을 따져보거나 운전 실기평가 등 별도 규제를 마련해 적용하는 흐름은 비슷하다.

건강진단서·사고경력 따지는 미국

미국은 주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대부분 고령 운전자 안전 규제(Senior Drivers regulation)가 있다. 의사가 작성한 건강 진술서를 제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운전할 수 있는 신체 상태라는 사실이 명시돼야 한다. 신체 일부분이 불편하거나 손실됐는지, 기억력이나 유연성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면허증 갱신 전 1년간 발작 이력이나 장애 이력 등도 확인한다.

사고경력도 따져본다. 65세 운전자가 6~9개월 동안 3번 이상 교통사고를 낼 경우 서면과 면접 평가를 받아야 한다. DMV(차량관리국)는 고령 운전자의 신체 상황에 따라 면허증에 운전 가능한 별도의 조건을 표기한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운전 제한 △차량에 신체기능 일부를 보완해줄 특수장치 △추가 사이드미러 부착 등을 명시하는 것이다.

텍사스주는 79세 이상 운전자부터 면허증 갱신 여부를 별도로 심사한다. 시력 검사와 병력 내용, 건강 상태 등을 전문가 진술을 토대로 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 심사를 통과하면 79~84세까지는 최대 6년짜리 면허증을 받을 수 있다. 85세부터는 2년마다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일리노이주의 경우 75~80세 사이의 운전자는 4년마다, 81~86세는 2년마다, 87세 이상은 매년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해당 운전자는 도로주행시험을 의무적으로 받고, 평가에 따라 일반면허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운전 시간대나 지역이 제한된 한정면허로 교체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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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부터 3년마다 면허 갱신하는 일본

일찌감치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지난 2004년부터 고령자 운전 관련 다양한 대책에 골몰했다. 현재 70세 이상 운전자부터는 고령자 강습을 수강해야 하고, 75세 이상은 인지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71세 이상은 면허 갱신 기간을 3년으로 단축했다.

지난해부터는 비상제동 장치 등이 탑재된 차량(서포트카)용 한정면허도 신설했다. 최근 3년간 도로교통법 위반 경력을 확인해 '인지기능 저하 우려' 항목이 포함된 사람은 별도의 운전기능 검사를 받도록 하고 이를 통과해야 면허증을 갱신해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치매 우려가 있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를 취소하거나 정지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의료진 평가 도입하려는 유럽연합(EU)

EU는 2016년부터 고령 운전자와 관련한 보고서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회원국가들이 국내법과 제도에 맞게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오는 2050년엔 65세 이상 인구가 1억4700만명으로 EU 전체의 26%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도로안전규칙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현재는 회원국 간 고령 운전자의 면허 중지나 운전 제한 등을 명시한 통일된 협정 체결이 제안된 상태다. 의료진의 평가와 운전기능 시험 도입, 별도의 노인 운전자 대상 교육프로그램 강화 등에 대한 내용이 핵심이다. 또 경찰이 고위험 운전자를 식별하고, 운전능력 테스트할 수 있는 방식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2년마다 운전 적합성 평가하는 호주·뉴질랜드

두 나라 모두 7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한 별도의 검사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는 75세 이상부터 매년 운전 적합성에 대한 의료 평가 및 운전 실기평가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운전 실기평가를 받지 않은 고령자의 경우 장거리 운전이 제한되고 지역 내에서만 운전 가능한 수정면허를 발급받을 수도 있다.

뉴질랜드는 75세부터 2년 주기로 면허를 갱신받도록 했다. 이 때 의사의 운전면허용 진단서를 첨부해야 한다. 의사 판단에 따라 의학적으로 운전에 문제가 없더라도 안전 운전 능력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 도로안전시험(On-road safety test) 통과 조건을 명시하기도 한다. 특정한 조건이 제시된 진단서를 발급받은 고령자에게는 한정면허가 발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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