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납추징금 31조, 숨기긴 쉽고 뺏긴 어렵다
범죄수익 몰수·추징 제도가 유명무실하다. '감옥 갔다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제2, 제3의 범죄로 이어진다. 범인이 은닉한 수익까지 회수하는 것이 형벌의 완성이자 범죄 예방의 첫걸음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범죄수익 몰수·추징 제도가 유명무실하다. '감옥 갔다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제2, 제3의 범죄로 이어진다. 범인이 은닉한 수익까지 회수하는 것이 형벌의 완성이자 범죄 예방의 첫걸음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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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조2788억원. 올해 1월 기준 유죄판결이 확정돼 몰수·추징 결정이 났지만 거두지 못한 범죄수익이다. 정치권과 기업, 금융, 공공기관을 가리지 않고 매년 거액의 부정자금, 횡령 사건이 잇따르지만 법원 판결 이후 추징되는 자금은 미미하다. 지난해 검찰이 환수한 돈은 1009억원으로 전체 누적 미집행 추징금의 0.32%에 그친다. 올해 1~2월 누계 국세수입에서 '세수 펑크'가 발생한 16조원의 2배에 달하는 돈이 나라 곳간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유류세를 올리려는 정부 검토안과 맞물려 최근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900억원대 미집행 추징금이 조명을 받으면서 인터넷엔 '세금은 잘 걷으면서 범죄수익은 안 걷나, 못 걷나'라는 풍자글까지 등장했다.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8년 동안 범죄수익 미집행 추징금은 2015년 25조8454억원에서 지난해 31조3837억원까지 늘었다가 올 1월 31조2788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매년 1000억원 안팎의
테라·루나 4145억원, 오스템임플란트 2215억원, 라임자산운용 1303억원, 우리은행 614억원… 사법·금융당국의 처벌 강화 노력에도 금융 관련 범죄가 다양한 수법으로 진화, 확대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감옥을 갔다와도 남는 장사'라는 빗나간 믿음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올 1월 기준으로 31조원을 넘어선 미납 범죄수익을 온전히 몰수·추징하는 게 금융범죄 근절 해법의 첫 손에 꼽히는 이유다. 미납하면 강제노역에 처하는 벌금형과 달리 추징금은 안 내도 이렇다 할 제재수단이 없다. 추징금 922억원을 미납한 상태에서 2021년 11월 숨진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대표적이다. 전씨는 1997년 대법원 판결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이 확정됐지만 25년여가 흐른 현재까지 절반가량을 미납했다. 국회에서 그의 이름을 딴 '전두환 추징법'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전액 환수는 요원한 상황이다. 전씨를 넘어 34년째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범죄자도 있다. 최장기 추징금 미납자인 A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일가의 비자금 의혹 폭로에 나선 가운데 현행 추징금 환수 제도의 법적 공백을 보완하는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특히 범죄자가 해외로 도피하거나 사망해 재판이 불가능한 사건 등에서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독립몰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12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6월 발의한 '전두환 추징3법'(공무원범죄몰수법·형사소송법·형법 개정안)이 3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전씨의 미납 추징금을 계기로 현행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추징금을 미납한 사람이 사망하면 상속 재산에 대해 추징한다는 것이 요지다. 현행법에서는 당사자가 사망하면 미납 추징금 집행 절차가 중단된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전두환씨의 며느리 이윤혜씨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별채 압류 처분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추징금 문제가 불거진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씨로부터 검찰이 환수한 비자금은 1282억원이다. 전체 추징금 2205억원의 58% 수준에 그친다. 전씨의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미납추징금 900여억원이 최근 부쩍 주목을 받지만 추징금 문제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가가 범죄수익을 한 푼도 환수하지 못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건국 이래 최대 사기꾼'으로 불리는 조희팔이 대표적이다. 조씨는 의료기기 대여사업을 가장한 폰지 사기로 전국에서 수조원대 투자금을 긁어모은 뒤 2008년 해외로 밀항해 2011년 12월 중국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다. 대구지검은 조씨에 대해 재수사에 돌입했지만 2016년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조씨가 기소조차 되지 않으면서 법원은 조씨의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몰수를 선고하기는커녕 심리조차 하지 못했다. 현행법상 몰수·추징은 검찰이 피의자를 형사재판에 넘겨야 법원이 선고할 수 있다. 몰수·추징이 형법에 규정된 형벌의 일종인 탓이다. 그렇
"피의자가 '감옥에서 한 2년 살다 나오면 그만이에요. 돈 다 숨겨놨거든요'라고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범죄수익을 추적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한 지방경찰청 수사관은 기자에게 "환치기 등을 통해 해외로 범죄수익을 은닉한 경우에는 사실상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이들에 대한 소식이 전해질 때 시민들은 분노한다. 정직하게 살아가는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고 법에 대한 불신도 높아진다. 현재로서는 법원에서 추징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자신 명의로 재산이 없는 등 경제적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면 얼마든지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여의도 증권사에 다니는 이모씨(28)는 "세금도 내고 각종 의무를 부담하는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법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정의롭게 집행돼야 한다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회사원 정모씨(30)는 "법이 허술하니까 잘 알면 이용해 먹을 수 있는 것 같다"며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