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쳐 2.2조 꿀꺽해도 감옥 가면 끝…돈 뜯긴 피해자만 '피눈물'

사기쳐 2.2조 꿀꺽해도 감옥 가면 끝…돈 뜯긴 피해자만 '피눈물'

정세진 기자
2023.04.13 06:00

[MT리포트-미납추징금 31조, 숨기긴 쉽고 뺏긴 어렵다]⑤법 악용하는 범죄자들…"대형 사기로 감옥다녀와도 이득"자조까지

[편집자주] 범죄수익 몰수·추징 제도가 유명무실하다. '감옥 갔다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제2, 제3의 범죄로 이어진다. 범인이 은닉한 수익까지 회수하는 것이 형벌의 완성이자 범죄 예방의 첫걸음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피의자가 '감옥에서 한 2년 살다 나오면 그만이에요. 돈 다 숨겨놨거든요'라고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범죄수익을 추적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한 지방경찰청 수사관은 기자에게 "환치기 등을 통해 해외로 범죄수익을 은닉한 경우에는 사실상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이들에 대한 소식이 전해질 때 시민들은 분노한다. 정직하게 살아가는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고 법에 대한 불신도 높아진다.

현재로서는 법원에서 추징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자신 명의로 재산이 없는 등 경제적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면 얼마든지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여의도 증권사에 다니는 이모씨(28)는 "세금도 내고 각종 의무를 부담하는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법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정의롭게 집행돼야 한다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회사원 정모씨(30)는 "법이 허술하니까 잘 알면 이용해 먹을 수 있는 것 같다"며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도 그렇게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을 못 따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씨(28)도 "대형 사기 범죄나 뇌물 범죄 사건을 뉴스로 접하면 유죄 받아서 감옥 갔다와도 이득이 아닌가 하는 말을 동료들과 많이 한다"고 했다.

범죄 피해자들의 분노는 더 크다. 2조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상자산(암호화폐)거래소 브이글로벌 대표 이모씨는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25년이 확정됐다. 이씨는 거래소 회원가입 조건으로 '600만원짜리 계좌를 개설하면 수개월 내로 원금의 3배 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회원 5만2800여명으로부터 2조2500억원을 입금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이 사건 피해자들은 아직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대법원이 "이씨 등이 실제로 취득한 이익을 정확히 알 수 없고 검사가 이를 특정했다고 보기도 어려워 부패재산몰수법상 추징을 할 수 없다"고 최종 판단한 탓이다.

범죄수익은 관련법에 따라 국가 귀속이 원칙이지만 사기나 횡령·배임 등 범죄의 피해자 자산은 예외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다만 범죄 피해금이 피의자 계좌에 있다 하더라도 통상적인 영업행위에 따른 매출이나 개인 자금 등 합법재산이 섞여 있는 '혼화재산'은 몰수할 수 없다.

이 사건 이전부터 다단계 업체 운영 경험이 많았던 이씨 등 브이글로벌 운영진 계좌에는 하루에만 1만건이 넘는 입출금 기록이 남아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익금 분배 비율 등을 문서 형태로 남기지 않아 수사 과정에서 범죄수익금을 특정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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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정세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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