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파리에 가면 오르세이 미술관이 있다. 택시를 타고 '뮤제독세'에 가자고 하면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의 아름다운 그림을 만날 수 있다. 그 곳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별 헤는 밤'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파리 근교 오베르 마을에 있는 자신의 다락방에서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보면서 꿈을 꾸고 그 꿈을 파랑색과 회색으로 캔버스에 옮겨 갔던 고흐의 인간적 고뇌가 고스란히 전달되어 온다. 나도 모르게 돈 맥클린의 'starry starry night'의 조용한 음률과 가사가 뇌리를 스친다.
어렸을 적 우리는 밤하늘을 밝히는 별을 보며 꿈과 희망을 키우고 미래를 상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밤하늘의 별은 점차 희미해져가고 대신 도시를 밝히는 불빛은 점점 밝아지고 화려해졌다. 예나 지금이나 밤하늘에는 별들이 빛나고 있는데,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에 익숙해진 우리는 마음에서부터 별을 지워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빛이 공해가 되었다. 빛공해, 즉 광해(光害)다. 자연의 빛이 아니라 인간들이 자연의 섭리를 거역해 가면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인공조명이 가져온 결과이다. 필요 이상으로 밝은 야간조명은 더 이상 도시화나 선진화의 상징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의 아름답고 건강한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인간, 식물 그리고 동물은 고유의 생체리듬을 가지고 있어서 이것이 각자에게 언제 먹고, 자고 또 일어나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이 리듬에 변화가 오게 되면 사람이나 동·식물이나 불안감과 불편함을 느낀다. 사람에게는 밤이 되면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는데, 과도한 인공조명으로 생체리듬이 흔들리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고 이는 불면증,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면장애는 집중력 저하, 작업능률 저감은 물론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인다.
빛공해가 가져오는 생태계 교란 현상도 다양하다. 밤과 낮을 구분하지 못하고 종일 울어대는 매미에, 이동경로를 잃고 헤매는 철새와 가로등 아래서 제대로 생장하지 못하는 농작물에 이르기까지 동식물도 빛공해로 피해를 입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빛공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올해2월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이 제정됐다. 프랑스, 영국, 호주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빛공해에 대한 법률적 기반을 우리나라에서도 정비한 것이다. 빛공해방지법의 기본 취지는 필요한 빛은 충분히 제공하되, 사람이나 동·식물에 해를 미치지 않도록 좋은 조명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시·도에서는 야간조명의 적정수요나 주변 환경에 따라 농경지, 주거지, 도심지 등 총 4종의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설정하여 조명기구를 차등 관리한다. 조명환경관리구역 내에서는 빛방사허용기준을 준수해야 하는데, 빛방사허용기준은 크게 눈부심으로부터 운전자와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명의 밝기 관리기준과 침입광으로부터 거주자나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조명의 영역관리기준으로 구분된다.
환경부는 빛공해가 아직은 생소할 수 있는 신규 오염원임을 고려하여 시행초기에는 공공조명이나 중대형 조명 위주로 관리하고, 준수기준 또한 국제기준보다 다소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되, 향후 단계적으로 적용범위를 넓히고 준수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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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설치된 조명기구에 대해서는 5년간의 법 적용 유예기간을 부여하며, 국내외 행사, 축제 또는 관광진흥 등을 목적으로 할 경우에는 예외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빛공해에 의한 건강 및 생태계 영향에 대한 과학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연구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세부적인 보호기준과 조명 사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계획이다.
성경의 창세기 제1장 제1절은 '태초에 빛이 있었다'로 시작된다. 빛이 없으면 지구상에 인간도 생명체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인공조명에 의한 빛이 공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빛이 주는 혜택이 너무나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공해가 되어버린 인공조명 빛을 현명하게 관리함으로써 고흐가 보면서 명작을 탄생시켰던 밤하늘의 찬란한 빛을 우리도 볼 수 있는 때가 오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