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제민주화가 화두인데 사법 분야에서도 민주화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최근 12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논의가 활발하다. 혹자는 이러한 논의를 표(標)퓰리즘으로서 경계하여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어쨌든 경제민주화가 목표하는 바가 전체 다수의 실질적 경제정의 실현이라면 사법부에도 이를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사법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활발한 의견 개진이 없어 다소 아쉬움이 있다.
비근한 예를 들어보자. 최근 신문보도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대법관 1인당 사건 처리건수가 3105건이라고 한다. 주말에도 일하는 것을 가정하더라도 하루당 처리건수가 8.5건에 달한다. 물론 대법관은 각 전담재판연구관 3명과 공동재판연구관 70명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재판연구관은 지방법원합의부 재판장보다도 판사 경력이 부족하고, 고등법원 재판부 재판장보다는 훨씬 미흡하다. 헌법상 삼심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대법관에 의한 재판심리와 이에 기초한 최종 판단을 기대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일반적으로 소송사건이 일심, 이심, 삼심을 거치게 되면 기록은 대부분 수백 쪽에 달한다. 이러한 방대한 기록을 하루에 8.5건을 처리해야 한다면 대법관이 겪어야 할 업무 부담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런 단순 통계수치에만 초점이 주어질 때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일반인이 쉽게 그 결과를 수용할 수 있을까? 일반인은 본인 소송 기록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많은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그리고 최종 대법원 판결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이러한 제도 탓을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불만은 사법부 신뢰에 흠집을 내지는 않을 것인가?
대법관직은 법관의 로망이지만 단 하루의 영광, 그리고 6년의 지옥이라는 말이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미국 대법관 1인당 연간 처리건수는 80건이라고 한다. 3~4일에 한 건 정도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청난 격무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대법관의 업무 부담에 대한 재검토와 개선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법관 증원이 여의치 않다면 상고허가제 도입뿐만이 아니라 독일처럼 헌법재판소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허용 등 대안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법관 증원과 아울러 고려하여야 할 사항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부분이다. 대법관을 증원함에 있어서 교수나 변호사 등 다양한 경력자로 구성하여 좀 더 전문화하고 다양한 사회 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대법관 퇴임 이후 사회공헌 부분이다. 현재 대법관 정년은 65세다. 현행 정년 규정에 따르면 너무나 젊은(?) 퇴임 대법관이 양산되고 있다. 현행 정년 규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그간 쌓은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하는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이 제도적으로 정비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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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있겠지만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활동하시는 퇴임 대법관은 후학 양성이라는 훌륭한 귀감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퇴임 대법관이 변호사로서 다시 활동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 선배 대법관으로서 위상과 변호사로서 활동 사이에 적절한 균형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행정부 진출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감히 생각된다. 물론 그간 축적한 식견이나 탁월한 판단력 등이 행정 운영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사법부 독립 등 측면에서는 다소 바람직하지 않은 면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차제에 대법관 정년을 연장하거나 미국처럼 종신제로 하여 사법부 최고권위자로서 공직을 마감하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물론 사법부는 법의 최고 보류기관이므로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통계에 나타난 대법관의 엄청난 격무로 인한 사법 불신의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문제를 제기해 본다.
다시 말하면 차제에 사법 시스템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좀 더 다수를 위한 사법개혁이나 사법 민주화의 필요성을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경제민주화뿐만 아니라 사법 분야의 경제민주화 부분도 여러 측면에서 좀 더 범사회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