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력산업분야의 누리호, '초전도 송전'

[기고]전력산업분야의 누리호, '초전도 송전'

이철휴 한국전력공사 전력그리드본부 계통계획처장
2022.07.14 13:44

이철휴 한국전력공사 전력그리드본부 계통계획처장

이철휴 한국전력공사 전력그리드본부 계통계획처장
이철휴 한국전력공사 전력그리드본부 계통계획처장

우리 손으로 만든 누리호가 우주로 향했다. 1993년 6월 최초의 과학로켓(KSR-1)이 발사된 지 30년 만에 대한민국의 자체개발로 이뤄낸 값진 성과다. 한국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위성발사 기술을 확보한 나라가 됐다.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누리호에 비견될 만한 세계적 성과가 전력산업 분야에도 하나 더 있다. 바로 '초(超)전도 송전(送電)기술'이다. 초전도란 특정 금속과 합금을 섭씨 영하 200도 이하의 극저온으로 냉각해 전기저항을 '0'에 가깝게 만드는 현상이다.

한국전력(42,750원 ▲1,100 +2.64%)공사는 초전도 연구개발에 2001년 처음 착수한 이래 2019년 신갈~흥덕변전소 사이에 세계 최초의 초전도 케이블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가장 최근인 지난 6월 24일에는 문산~선유 변전소 간 세계 최초의 23kV(킬로볼트) 초전도 플랫폼 실증사업 착공식을 개최했다. 초전도 송전분야의 후발주자로 뛰어든 한국은 약 20여년만에 미국과 중국, 일본,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1위의 기술력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초전도 송전사업 상용화를 선도하고 있다.

기존 케이블을 초전도 케이블로 바꾸면 송전 손실을 10분의 1 이하로 크게 줄일 수 있다. 초전도 케이블의 이러한 특장점을 활용하면 전기사용량이 많은 수도권, 도심지, 산업단지 등으로 전기를 보낼 때 전압을 낮추면서도 송변전 설비 규모를 소형화하는 게 가능해진다. 전력설비 건설을 반대하는 민원과 도시 전력수요 증가 문제를 해결할 기술적·사회적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초전도 송전기술의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초전도 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현재까지 초전도 송전기술은 정부와 한전 주도하에 시행된 연구개발 및 시범사업의 형태로 추진됐으나 앞으로는 연구 또는 시범의 수식어를 떼고 '실질적인 상용화'의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가격경쟁력 확보'다. 초전도 시스템의 핵심인 케이블과 냉각설비가 지나치게 비싸 시장이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초전도 케이블 시장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과 한계돌파형 기술 개발을 통해 가격 하락의 시기를 앞당기는 두 가지가 있는데 현재로서는 '규모의 경제' 실현이 좀 더 빠른 방법일 것이다.

아일랜드의 경우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와 육지간 연계, 미국은 재생에너지 연계 및 전력계통 현대화를 위해 초전도 케이블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규모 재생에너지 도입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초전도 송전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전력계통 구상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누리호가 우주로 향하기까지 수십 년의 시간과 수많은 과학자들의 열정이 있었다. 꿈의 기술인 '초전도 송전기술'을 확장하고 기술 성숙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에 못지않은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전력인들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전도 송전기술을 우리나라의 '차세대 주력 송전시스템'의 하나로 자리잡아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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