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에서 주택공급 정책을 얘기하면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활성화다. 수도권에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택지공급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기존 다른 용도로 지정된 구역의 도시계획 변경, 노후한 주택단지의 재개발·재건축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것이 정비사업으로 꼽힌다. 그런데 정비사업은 사업기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고 사업기간을 줄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종교시설·학교·유치원 등을 처리하는 문제다. 몇 년 전 서울 강북에 있는 한 교회가 수백억 원의 보상비를 요구하자 결국 정비사업에서 배제된 일이 있었고 강남구에선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유치원이 소송을 걸어 준공 후 수천 가구가 입주하지 못하는 혼란을 겪었다. 그것이 더욱 어려운 이유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등에서 그 부분을 규율하지 않고 거의 사적 영역으로 남겨뒀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은 주민들이 주택이나 상가를 소유하고 있다가 이를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따라 다시 분양받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추가되는 물량에 대해선 일반분양을 해 사업비를 조달하는 정도다. 그에 비해 종교시설·유치원·학교 등은 정비사업을 원하는 주체도 아니고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나 상가를 분양받는다고 기존의 목적을 이어가기도 어렵다. 지역주민들을 신도와 학생, 학부모로 둔 상황에서 정비사업 때문에 주민들이 이주하면 당장 신도들과 학생, 학부모들은 종교시설과 학교 등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종교시설은 재산권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종교의 자유와 깊이 연관돼 있고 신앙공동체의 연속성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유치원이나 학교도 마찬가지로 교육의 기본권, 운영의 연속성, 교육공동체의 존속 등이 걸려 있다. 정비사업에서 종교시설이나 교육기관 등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아무런 법률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는 주체는 물론 종교시설이나 교육기관 입장에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가 '뉴타운지구 종교시설 처리방안'을 마련하긴 했지만 법률적 근거가 없고 법원 역시 그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적 효력에 불과하다고 판단해서(서울고등법원 2019누41746판결 등) 한계가 뚜렷하다.
이로 인한 갈등은 늘 사업 후반부에야 폭발하기 때문에 더욱 곤란한 상황을 맞곤 한다. 시공사 선정과 사업시행계획이 확정된 후 분양신청을 받고 관리처분계획을 확정하면 조합원들은 이주하고 기존 건물의 철거와 신축공사를 시작하는데 이때 종교시설이나 학교를 이전하는 문제가 자주 불거진다. 법제의 미비가 개별 사업을 넘어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전환되는 전형적인 구조다.
이제는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 첫째, 종교시설에 대해선 정비구역, 혹은 생활권 단위 내에 대체부지 제공 및 시설이전을 원칙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주택을 보유한 조합원이 신규 주택을 받는 것과 같다. 둘째, 교육시설 부지와 신규 건축엔 정비계획 단계부터 교육청과 협의를 의무화하고 그 협의내용이 사업시행계획 내용에 포함되도록 하는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학습권 보호와 동시에 사업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정비사업 기간에 주민들의 이주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처럼 정비사업으로 인한 공백기에 종교시설과 교육시설의 임시처소 등을 해줘야 한다.
정비사업은 단순한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공공성과 사적 이익이 충돌하는 거대한 사회적 프로젝트다. 그 과정에서 종교시설과 교육시설은 가장 예민한 접점에 서 있는데 입법공백 상태에서 사적 영역에만 맡겨두고 이를 방치한다면 정비사업 활성화, 기간단축 등의 구호는 공허한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