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집중→인구 유입 →집값상승
지방공동화와 수도권 집값문제 설명
숙련노동자 1명, 일자리 5개 창출
부동산도 결국 '기업정책이 먼저'
'한 교회가 이웃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근처로 이주해 임대료가 오른다. 임대료 상승이 음식 가치를 상쇄할 때까지 이주가 이어진다. 궁극적으로 이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 이익도 얻지 못한다. 더 높은 임대료를 청구하게 되는 집주인만 이익을 본다.'
윈스턴 처칠이 했다는 말이다.(마이클 킨·조엘 슬렘로드 공저 '세금의 흑역사'에서 인용)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설명하기 위해 든 비유다. 물론 우리 사정과 맞지 않는다. 식사 나눔을 해 온 복지단체가 건물을 증축하려고 하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노숙인이 몰려들어 집값이 떨어진다"며 민원을 제기했다는 뉴스가 갑작스럽지 않다.
하지만 경제적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혜택과 부담이 옮겨가는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 적용하면 이렇게 바꿀 수 있다.
'서울의 대기업이 고연봉을 보장한다. 노동자들이 그 기업에 지원하기 위해 줄을 선다. 그곳에 출퇴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집의 임대료가 오른다. 임대료 상승이 추가 월급을 상쇄할 때까지 이주가 이어진다. 결국 높은 임대료로 집주인만 이익을 본다.'
일자리가 많은 곳에 사람이 몰리고 주변 집값이 상승한다는 결론이다. 산업화시기 이촌향도로 시작된 지방 인구 감소와 서울 집값 문제를 설명한다.
바꿔 말하면 높은 임차료는 서울 진입을 막는다. 임차료가 낮은 상태로 묶인다면 더 많은 이들이 서울의 높은 임금과 많은 일자리를 찾아 이주하고 지방 공동화는 가속될 것이다.
청년들에게 서울에서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신혼부부들에게 낮은 분양가에 아파트를 특별공급하는 것은 서울 집중을 거든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균형발전 기조에 역행한다. 기업들은 낮아진 주거비용만큼 임금을 덜 줘도 채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 기업들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정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정의되든 시장이 작동하는 원리다.
처칠의 비유대로라면 기업이 제공한 임금은 노동자를 거쳐 집주인에게 귀착된다. 임대료는 집값에 반영된다. 미래 임대료 수익이 이자보다 크다면 집값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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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수가 고정돼 있고 임금과 융자 조건이 변하지 않는다면 임차수요와 자가수요의 합은 일정하다. 주택 신축이 없다고 가정할 때 만약 다주택자가 늘게 된다면 자가수요가 충족되지 않아 주택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되겠지만, 동시에 다주택분이 임대시장에 공급을 늘리기 때문에 임대료는 낮아져 집값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은 고정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집값을 올렸는가. 먼저 가구 수 증가다. 2021∼2023년 연평균 서울 가구는 5만3000가구 증가해 주택 수 증가분 3만3000개를 상회했다. 수도권 1인당 주거면적이 2017년 28.3㎡에서 2024년 33.0㎡로 증가한 것을 보면 전반적인 주거의 질도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 서울의 상용근로자 명목 임금은 항상 17개 시도 가운데 1위를 달리며 지속 상승하고 있다. 금리 또한 낮은 수준으로 유지된다.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선을 넘긴 적은 없으며 2024년 말 이후엔 2%대에 머물고 있다. 최근 10년간(2015~2025년) M2(광의통화) 평균 잔액은 2031조9000억원에서 3993조6000억원으로 67% 증가했다.
지방공동화라는 역효과를 감수하고라도 서울 집값을 낮추는 게 정책 목표라면 임대료 기대 이익을 낮추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세금으로 이익을 회수하면 될 일인가. 자유당 시절 처칠의 생각에 영향을 줬던 헨리 조지로 올라가 보자. 조지는 불로소득만큼 토지에 세금을 매기자고 했다. 그러면 땅을 놀리면 세금만 나가기 때문에 땅을 생산적으로 사용하게 되고, '노동자에게 선택지가 늘어' 임금이 상승한다고 주장했다.
토지 수익권을 박탈하는 것은 1950년 단행된 농지개혁 이후 확립된 사유재산권 개념을 흔드는 것이어서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눈여겨볼 것은 노동자에게 선택지를 늘려주자는 대목이다.
일자리가 먼저다. 지방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노동자가 서울에 살지 지방에 살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서울 집값도 잡고 균형발전도 이루는 방법이다. 그러려면 서울 집값이 아니라 기업에 초점을 둬야 한다. 시작이 기업의 임금이었다면 기업이 지방에 이전할 수 있게 서울의 장점을 상쇄할 혜택을 주면 된다.
새만금에 10조원을 투자하고 광주광역시에서 자율주행 실증에 나서는 현대차그룹 같은 사례가 지속해서 나오면 청년이 기업을 찾아 지방으로 가게 된다. 일자리 공급은 수요를 창출한다. 엔리코 모레티는 '직업의 지리학'에서 첨단기술 일자리 1개가 늘면 주변에 청소부, 요리사, 의사 등 서비스업 일자리 5개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높은 임차료 때문에 상인도 손님도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흔한 현상이다. 기업과 청년이 빠져나간다면 서울은 은퇴자들만 사는 곳이 될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단순히 동네 차원을 넘어 도시와 도시의 운명을 결정하게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