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교사가 두려운 교실, 교권에 대해 다시 묻다

[광화문]교사가 두려운 교실, 교권에 대해 다시 묻다

기성훈 정책사회부 부장
2026.07.20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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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사일동 소속 회원들이 서이초등학교 교사 순직 3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권보장을 위한 아동복지법 즉각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국교사일동 소속 회원들이 서이초등학교 교사 순직 3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권보장을 위한 아동복지법 즉각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왜 가르치려는 교사의 교육권과 배우려는 학생의 학습권이 악성 민원과 고소로 침해돼야 하느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3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7일 교사 수천 명이 거리에서 이 말을 외쳤다.

2023년 한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촉발된 서이초 사태는 학교가 더 이상 안전한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킨 사건이었다. 교권 침해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고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을 담은 이른바 '교권보호 5법'이 마련됐다.

하지만 거리로 나온 2026년 교사들의 손팻말은 "교사의 교육권 보장하라"로 단순했다. 서이초 이후 수많은 대책이 쏟아졌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수업보다 민원 대응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생활지도보다 신고 가능성을 먼저 계산하는 일상에 갇혀 있다.

실제로 교실의 시계는 여전히 멈춰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지난 4월 전국 교사 71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8%(5803명)는 "정당한 교육활동 중에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교사 대다수는 여전히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드라마 '참교육'이 이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했다는 점이다. 참교육은 교육부 산하 '교권보호국'이라는 가상 조직을 내세워, 특전사 출신 감독관이 촉법소년 제도의 맹점을 악용하는 청소년 범죄, 학부모의 악성 민원, 학교폭력과 따돌림, 그리고 이를 방치하는 시스템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판타지를 펼쳐 보인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완벽한 인과응보'를 판타지로 구현하면서도 교권 보호와 학생 인권이 대립이 아니라 균형의 문제라는 점을 집요하게 상기시킨다. 흥행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이초 사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교권 추락과 교실 붕괴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대중문화가 거울처럼 보여 준 것이다. 악성 민원에 대한 실질적 제재는 드물고, 학교폭력과 교권 침해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서류와 지침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 공백을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이 과장된 방식으로 메우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최소한의 제도적 '방패'를 얼마나 갈망하고 있는지를 역으로 보여준다.

교권 강화 논의가 시작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있다. "학생 인권을 후퇴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프레임이다. 그러나 서이초 사건과 참교육이 공통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교권과 인권의 충돌'이 아니라 '균형과 책임'의 문제다. 법과 제도는 아동학대 방지, 학생 인권 보호라는 명분으로 촘촘해졌지만 그 사이에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해 주는 장치가 비어 있다. 문제는 교사의 개인적 역량 부족이 아니라 교사를 구조적으로 고립시키는 시스템이다.

'참교육'이 주목받으면서 '교권보호국'도 교육계 화두로 이미 떠올랐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한 시도 교육감들이 교육활동보호국 같은 조직 신설에 나섰다. 교육부도 교권 보호 업무와 학부모 민원 대응 지원 기능 등을 담당할 조직 신설을 추진 중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더 강한 교사 한 명이 아니라, 같이 설 수 있는 교실이다.

교사가 두려움 없이 가르칠 수 있는 교실을 회복하는 일은 교사의 권한을 키우는 것 이상이다. 사회가 아이들에게 "너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과 함께 "너는 책임질 의무가 있다"는 말까지 함께 건네는 교육 체계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교권 강화의 출발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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