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책금융은 '호재'가 아니라 '신호'다

[기자수첩]정책금융은 '호재'가 아니라 '신호'다

정기종 기자
2026.07.21 05:19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정책금융은 민간 투자와 성격이 다르다. 민간 자본은 수익을 최우선으로 판단하지만, 정부의 정책자금은 산업정책과 국가 경쟁력이라는 목표를 함께 담는다. 정부가 특정 산업과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단순한 투자 결정이 아니다. 해당 분야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하는 것이며, 제한된 재원을 배분하기 위해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 산업적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다.

그런 점에서 국민성장펀드의 리가켐바이오 투자는 단순히 한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내 바이오, 특히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를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영역으로 판단했다는 정책적 메시지이자, 리가켐바이오를 그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평가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바이오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것도 바로 이런 정책적 신호였다. 일회성 지원이나 세제 혜택이 아니라 정부가 산업의 미래를 믿고 책임 있는 자본을 투입하는 일이다. 그런데 정작 그 첫 사례가 나왔음에도 시장은 이를 '호재 하나' 정도로 소비하고 지나가는 모습이다. "그보다 기술수출 계약이나 하나 더 내놓으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바이오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하는 산업이다. 그래서 단기 호재보다 미래 기술가치와 잠재력이 중요하다. 이는 시장이 줄곧 강조해온 논리다. 하지만 정작 국가가 장기간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하고, 그 첫 번째 대규모 정책자금을 특정 기술과 기업에 투입한 건의 가치를 제대로 봤는지, 아니 보려고는 했는지 의문이다.

기술이전 계약만을 가치의 기준으로 삼고, 정책적 신호는 단기 재료 정도로 치부한다면 이는 시장 스스로 내세워 온 바이오 투자 원칙과도 어긋난다. 미래를 보고 투자하자면서 정작 미래를 향한 가장 강력한 정책 신호에는 무관심한 태도는 자기모순에 가깝다.

정책자금이 기업의 미래 실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전처럼 계약 규모와 현금 유입이 즉시 확인되는 이벤트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산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때로 숫자가 아니라 정책이다. 시장이 정책금융을 단기 수급 재료 정도로만 해석하고 있다면, 국민성장펀드가 던진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기종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정기종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