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떠받치는 국가경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4월 한국의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0%로 낮췄다. 2026년 전망치 역시 2.1%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몇 달 뒤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18일 IMF가 발표한 '2026년 1월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1.9%다. 선진국 평균(1.8%)을 웃도는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4월 한국의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0%로 낮췄다. 2026년 전망치 역시 2.1%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몇 달 뒤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18일 IMF가 발표한 '2026년 1월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1.9%다. 선진국 평균(1.8%)을 웃도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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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만 40조원 이상의 생산 유발 효과와 2만명 이상의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 지난달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수주전을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남긴 말이다. 잠수함 수주에 따른 영향이 전 산업에 미치며 대규모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메시지다. 실제로 잠수함을 만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위치한 경남 거제와 울산 주변 협력사들까지 그 온기가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군함 한 척을 수주하면 조선·철강·전자·소재 등 300개 이상 협력업체에서 수혜를 보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 활성화→기업 투자 확대→고용 창출→지역 경제 활기'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공고해지는 것이다. 청와대가 나서 '코리아 원팀'을 구성해 CPSP 사업 지원에 나선 배경이다. 이는 잠수함에 국한된게 아니다. 국내 주요 산업의 생산라인이 수출입에 유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수주 100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K방산의 생산거점만 봐도 경남 창원(현대로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사천(KAI), 경북 구미·김천(LIG넥스원) 등에 위치하고 있다.
기업들이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는데 정치권은 도와주기는커녕 줄곧 발목을 잡는단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여권을 중심으로 경제계가 반대해온 법안들은 연이어 강행 처리하면서 기업이 필요성을 호소하는 법안들은 외면해온 탓이다. 재계 안팎에선 글로벌 경쟁 무대에서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는 꼴이란 불만이 나온다. 대표적인게 배임죄 개선 요구다. 여당은 기업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차 상법 개정안 등을 최종 의결했고 3차 상법 개정안까지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배임죄 개선 약속은 아직 지키지 않고 있다. 재계는 우리나라 배임죄가 '재산상 손해 발생 가능성' 등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해 기업인의 정상적 경영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우려한다.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신사업 투자나 M&A(인수합병) 등 모든 경영판단이 사실상 잠재적인 배임죄 리스크에 노출된단 주장이다. 이 때문에 배임죄가 아예 없는 영국이나 미국처럼 사기, 횡령죄로 해결하자고 제안한다. 배임죄를 그대로 둔다면 '경영판단원칙(정상적 절차와 합당한 근거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선 추후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을 명문화하고 고의적인 위법행위만 처벌하도록 구성요건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경제 5단체장 간담회에서 "경제를 살리는 일의 중심은 기업"이라고 했다. 당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4월 한국의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2. 0%에서 1. 0%로 낮췄다. 2026년 전망치 역시 2. 1%에서 1. 4%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발(發) 관세 전쟁의 파장이 본격화되던 시점이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 변수였다. 정치적 공백도 겹쳤다. 대통령 탄핵 이후 권한대행을 맡았던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까지 물러나며 정책 컨트롤타워가 흔들렸다. 시장의 기대는 자연스럽게 기업으로 향했다. 몇 달 뒤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기업 중심의 수출 회복과 반도체 업황 반등이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렸다. 18일 IMF가 발표한 '2026년 1월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1. 9%다. 선진국 평균(1. 8%)을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이 1. 0%로 선진국 평균(1. 7%)을 크게 밑돌았던 것과 대비된다.
"정치의 제일 큰 목표는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게 하는 것이다. 그 중심에 경제 문제가 있고, 경제의 중심에 기업이 있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청년 일자리와 지방 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10대 그룹은 이날 향후 5년간 270조원을 지방에 투자하고 올해 5만16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이 균형발전과 청년고용의 주요 국정 과제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적극 표명한 것이다. 'AI(인공지능) 3대 강국·잠재성장률 3%·국력 세계 5강'의 성장 비전을 내걸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기업이 성장과 도약의 가장 중요한 축이란 인식 하에 '민관 원팀'을 집권 초부터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9일 만인 지난해 6월 13일 '경제 6단체장과 5대그룹 참석 경제인 간담회'를 열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당시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의 핵심이 바로 경제고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고 했다. 기업의 도움없이는 민생 해결과 경제 대도약이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계엄 충격과 관세 파고를 뚫고 사상 첫 '수출 7000억달러 시대'를 열기까지는 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특히 슈퍼사이클을 맞은 반도체 기업의 압도적 활약이 있었다. 기업들이 낸 막대한 이익은 국세수입으로 환원되며 국가 재정 운용에도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18일 산업통상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액은 전년 대비 3. 8% 증가한 7097억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 수출 역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734억달러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4분의 1(24. 4%)이 반도체였던 셈이다. 반도체는 10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 흐름을 이어가며 역대 1위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역대 2위 기록인 2024년(1419억달러)보다 315억 달러 많다. 중심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있다. 두 회사는 DDR5와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앞세워 지난 한해에만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월 기준 5차례(6·8·9·11·12월)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데 역할을 했다.
코스피 5000시대를 연 주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주가 상승을 이어가자 박스피에 갇혀 있던 코스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반도체를 비롯한 금융, 로봇, 우주항공 등 다양한 기업들의 성장이 코스피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한다. 18일 LS증권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024년 12월30일부터 지난 12일까지 130% 상승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여도는 약 66. 8%포인트다. 두 회사 상승세가 코스피 상승분의 약 51%를 견인한 것이다. 종목별로 나눠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여도는 각각 39. 5%포인트와 27. 3%포인트다. 2024년 12월30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35. 7%와 410. 6% 상승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2024년 12월30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은 각각 16. 75%와 6.
지난 11일 충북 청주 흥덕구의 SK하이닉스 청주3캠퍼스 정문 앞. 직원들이 오가는 횡단보도 위로 '성과급 투자 전략'을 알리는 현수막이 바람에 흔들렸다. 지난 5일 직원 1인당 평균 1억4000만원의 성과급이 지급되자 이를 유치하려는 뱅커(은행원)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일부 은행은 SK하이닉스 직원을 대상으로 절세 전략 세미나까지 열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47조2063억원. 노사 합의에 따라 이중 10%가 성과급으로 지급(당해지급 80%, 이연지급 20%)된다. 올해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률은 2964%에 달했다. 이에 약 4조7000억원이 성과급으로 시중에 풀리면서 재무제표 위 숫자가 거리의 풍경으로 체감되고 있다. 특히 청주는 SK하이닉스의 핵심 거점이다. 현재 M11, M12, M15 반도체 팹(공장)을 운영 중이고, HBM(고대역폭메모리) 전용 라인이 구축된 M15X는 올해 하반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청주 상주 직원만 1만명 가량으로 파악된다. 소비 변화는 자동차 시장에서 먼저 감지된다.
글로벌 영토에서 대한민국 소비재(식품·화장품 등 일상생활에서 직접 소비하는 재화) 기업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K푸드와 뷰티 등을 앞세운 'K이니셔티브'(initiative·주도권) 전략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세계 주요 시장을 'K'열풍으로 물들였다. 세계인들은 '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는' 등 일상 생활에서 K의 매력에 지갑을 연다. 18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수출 실적은 136억5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라면은 단일 품목으론 처음으로 15억달러를 넘어섰다. K뷰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 3% 증가한 114억3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같은 K브랜드의 놀라운 도약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노력한 결과다. 대한민국은 '1등 DNA(유전인자)'로 무장한 K기업들 덕분에 대도약의 시대로 가고 있다. 특히 K푸드·패션·뷰티·리테일 등 주요 소비재 산업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자 글로벌 소프트파워의 핵심으로 부각된다.
기업인들이 말하는 경영 활동의 가장 큰 장애는 규제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엔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입법부의 시각에 분명한 변화가 읽힌다. 과거의 낡은 관행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확고하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적 의식도 확실해 보인다. 먹고 사는 문제에 가장 관심이 큰 유권자들의 눈높이도 더 높아졌다. 기업을 옥죄기보다는 독려해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많다. 국회에선 성장동력 업종을 집중 지원하는 각종 특별법이 속속 통과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석화지원특별법(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은 업계 구조조정을 위해 꼭 필요한 지원법이었다. 국가와 지자체가 사업재편과 고도화를 추진하는 기업을 세제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담고 있다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역시 산업계가 간절히 바라던 법이다. AI(인공지능) 시대 개막으로 데이터센터, 로봇 등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는 앞으로 계속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호황으로 한국 경제가 날개를 달면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 9%로 상향조정하면서 반도체 경기 호황을 이유로 들었다. 기업이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로봇, 원전 등 주력 산업의 호황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규제 철폐, 산업 인프라 구축 등에 더해 기업이 예측 가능한 환경 속에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단 조언이다. ━기업이 떠받치는 韓경제…정부 역할 있었나━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주요국에서 국가의 명운을 걸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뒷북지원이 이뤄지는 것 같다"며 "정부가 '위너피킹'(winner picking·정부의 선별적 산업 육성)을 할 능력이 부족하다. 유망 산업의 경우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건 정부가 제거해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