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집행 없는 사형, 언제까지④사형, 국제적으로도 감소 추세

사형을 집행하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점차 줄고 있다.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들은 가석방이 없는 종신형 등을 도입하며 형벌 체계 자체를 다시 설계했다. 법조계에서는 한국도 대체 형벌 체계 도입을 결단해야 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의 2024년 사형선고 및 집행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총 113개국이다. 2015년 102개국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11개국이 늘었다. 법률상 존재하더라도 10년 이상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폐지국까지 포함하면 같은 기간 140개국에서 145개국으로 늘었다.

실제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들은 대체로 종신형이나 장기 자유형을 도입·강화하고 기존 사형 선고를 무기징역이나 장기형으로 전환했다. 전환은 점진적으로 이뤄졌다. 30여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축소한 영국이 대표적이다. 영국은 오랜 논의 끝에 '살인죄 사형 폐지법'이 1965년 국회에서 통과됐다. 반역죄나 일부 군사 범죄에는 사형 규정이 남아 있었는데, 1998년 관련 법 개정으로 잔존 민간 범죄의 사형을 폐지하고 군사 범죄에 남아 있던 사형도 종신형으로 대체했다.
최근 개발도상국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형제 폐지에 동참하고 있다. 짐바브웨는 2024년 12월 일반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했다. 잠비아는 2022년 형법상 사형을 없앴다. 가나도 2023년 사형제를 폐지한 뒤 기존 사형 대상 범죄를 종신형으로 전환했다.
특히 인구의 약 65%가 수니파 무슬림인 이슬람 국가 말레이시아는 2023년 살인 및 마약 밀매 등 11개 중범죄에 대해 판사의 재량 없이 무조건 사형을 선고하던 '의무 사형제'를 폐지했다. 이후 재심사 절차를 통해 1000건 넘는 사형 선고를 감형했다. 판사가 사형 대신 종신형이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재량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형사 제도를 완화한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한국도 법률상으로만 남은 사형제를 계속 붙들고 있을지 또는 대체 형벌과 피해자 보호 체계를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옮길지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며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확실히 격리할 수 있도록 종신형 강화, 가석방 제한, 피해자와 유족 보호 장치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