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봇 패권 전쟁
AI(인공지능) 기술혁신이 로봇산업의 미래마저 앞당기고 있다. 이미 로봇이 떠받치는 '7경원' 규모의 피지컬 AI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로봇 강국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향후 관련 사업 패권을 잡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봤다.
AI(인공지능) 기술혁신이 로봇산업의 미래마저 앞당기고 있다. 이미 로봇이 떠받치는 '7경원' 규모의 피지컬 AI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로봇 강국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향후 관련 사업 패권을 잡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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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인간형)로 대표되는 첨단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패권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소프트웨어,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발 앞서 나갔고 '제조업 강국' 한국과 일본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기술과 자본, 제조 역량이 총동원된 글로벌 경쟁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주변 상황을 인식해 스스로 판단·대응한다는 점에서 명령에 따라 반복적인 업무만 하는 산업용·서비스용 로봇과 차별화된다. 산업용 로봇이 사람을 '보조'하는 수준이라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대체' 가능하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 완화, 기존 산업의 혁신을 가능하게 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25년 15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서 2035년 378억달러(약 58조1000억원)로 연평균 3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 먼저 진입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구글·메타·엔비디아 등 세계적인 AI(인공지능) 기업 중심의 소프트웨어 경쟁력과 테슬라 등 혁신 기업의 과감한 도전이 미국을 피지컬 AI 강국 반열에 올렸다.
지난달 27일 미국 로봇 산업의 심장부로 불리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컨벤션센터. '로보틱스 서밋 & 엑스포 2026'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확연한 분위기 변화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시장의 주인공은 백플립을 하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하지만 올해 무대는 달랐다. 화려한 춤사위보다는 정교하게 움직이는 로봇손, 물류창고용 자율이동로봇(AMR)이 전시장을 메웠다.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투입되는 기술'이 중심이었다. 콘퍼런스 발표 내용도 달랐다. 기술 완성도를 강조하던 1~2년 전과 달리 기업들은 생산라인 투입 이후의 비용 구조와 수익성에 집중했다. 아마존, 테슬라, GM(제너럴 모터스), 셰플러 등 내로라하는 제조업체의 로봇 전략 담당자들이 로봇 실전 배치 노하우와 숫자를 들고 나왔다. 미국 로봇 산업의 초점이 수익성과 효율, 안정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 같이 "그래서 돈이 되나"를 물었다. '아마존 효과'가 컸다.
"투자의 스포트라이트가 인공지능(AI)에서 로봇으로 옮겨지고 있다. AI 열풍을 이을 다음 10년의 메가트렌드는 로봇이다. " 최근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만난 글로벌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진단이다. 지난 2년 동안 엔비디아를 필두로 반도체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던 월가가 이제 'AI 두뇌'를 탑재하고 움직일 휴머노이드 로봇(인간형 로봇) 산업을 향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IB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당초 2035년 60억달러(약 9조2000억원) 수준으로 예측했던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를 380억달러(약 58조4000억원)로 수정했다. 바클레이즈는 좀더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로봇 시장이 2035년 2000억달러(307조4000억원)까지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바클레이즈의 테모스 피오타키스 글로벌 외환·신흥시장 매크로 전략총괄은 머니투데이와 만나 "스마트폰이나 TV 스트리밍 같은 혁신 기술이 등장했을 때도 시장은 향후 창출될 막대한 부를 보지 못하고 과소평가했다"며 "지금 금융시장 역시 로봇 산업이 가져올 자산 가치 상승 효과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 미국 텍사스 테슬라 기가팩토리. 수십대의 자율이동로봇(AMR)이 부품을 실어나르는 자동화 시스템이 갑자기 멈춰섰다. 누군가 바닥에 흘린 피자 한조각에 로봇 1대가 멈춰서면서다. 뒤따르던 로봇들이 연쇄적으로 멈추면서 물류 흐름이 순식간에 끊겼다. 1년 전 테슬라 공장을 수차례 멈춰세운 실제 사고다. 공장 바닥의 음식물, 삐뚤어진 박스, 예상 밖의 장애물, 규격에서 1㎝ 벗어난 부품.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오차가 로봇에는 판단불가능한 변수인 탓이다. 지난달 27일 미국 보스턴 로보틱스 서밋에서 만난 테슬라의 AMR 배포 담당 엔지니어 조슈아 조셉은 "테슬라가 완전자동화 공장의 환상을 벗어던진 게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장 경험상 어떤 자율 시스템도 사람의 개입 없이는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완전자동화가 아니라 사람이 개입하는 순간을 최소비용으로 설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현실은 미국 로봇산업의 전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미국은 사람 없는 무인(無人) 공장에 '올인'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휴머노이드는 이미 공장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지만 업계에선 대규모 투입을 위해 아직 '마지막 1cm'가 부족하단 목소리가 높다. 휴머노이드 로봇 손 전문 개발 기업인 링커봇의 기술담당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에 "아직 로봇의 손은 단추 잠그기 등의 작업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용 케이블 제조사 저장삼과선람의 왕신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방열 문제가 여전히 난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생산 현장 적용을 통해 보다 방대한 데이터가 쌓여야 대규모 투입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정부는 최근 이 같은 마지막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다. 공업정보화부(공신부)와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는 공동으로 '2026년 휴머노이드 로봇 및 구현지능 현장훈련 특별행동'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제 생산·생활 현장에 투입해 검증하고 대규모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말까지 △휴머노이드 로봇과 사족보행 로봇의 산업·서비스 현장 배치 △응용 검증 완료와 상시 운용 단계 진입 △100개 이상의 고부가가치 응용 시나리오 발굴 △휴머노이드 로봇 1만 대 이상 규모의 현장 보급 능력 확보를 추진한단 계획이다.
중국 상하이 푸둥신구에 위치한 장장과학성. 높이 300m가 넘는 초고층 쌍둥이 빌딩 '장장 과학의 문'을 중심으로 로봇과 AI(인공지능), 반도체 기업들이 입주한 건물들이 빼곡하다. 상하이는 명실공히 중국 로봇 산업의 '용광로'다. 로봇의 손과 관절, 모터 등 부품 제조는 물론 이들 부품을 모아 궁극의 로봇 기술 격인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기업이 상하이 권역에 밀집해 있다. 이곳에 본사를 둔 애지봇이 대표적이다. 애지봇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과 제조는 물론 AI와의 융합까지 수행하는 '상하이 식' 기업이다. 상하이가 용광로라면 베이징은 컨트롤타워다. 베이징에 연구소들이 집중 분포하고 여기서 표준이 태어난다. 또다른 산업도시 선전에선 로봇의 눈과 심장, 신경망이 빚어진다. 휴머노이드의 핵심 부품, 센서 등이다. 중국은 이처럼 베이징-상하이-선전의 거대한 삼각형을 기반으로 '차이나로보틱스'라는 세계최대 로봇시장을 일구고 있다. ━'베·상·선', 차이나로보틱스 삼각엔진━애지봇은 2020년 화웨이 '천재소년 프로젝트'에 선발된 펑즈후이가 2023년 설립했다.
"올해 반도체 업계는 물론 로봇 업계까지 주목한 최대 사건은 아마도 화웨이의 반도체 개발 이론 '타우의 법칙' 공개일 겁니다. " 반도체·스마트팩토리용 AI 컴퓨팅 플랫폼 기업 광저우특공의 션슝펑 영업총괄은 지난 3일 '제24회 상하이 국제 스마트팩토리 전시회' 현장에서 "국산 반도체 도약이 가속화되길 기대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번 전시회 현장에선 광저우특공과 같은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 관계자들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의 남은 과제로 구현지능을 고도화할 고성능 AI 칩의 확보를 꼽았다. 중국 제조업은 전 세계 생산의 약 30%를 차지한다. 미국, 일본, 독일을 합친 것보다 큰 제조업 기반 위에서 로봇 산업이 성장했다.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량의 절반 이상이 중국 몫이다. 휴머노이드 영역에선 더 빠른 속도로 생산 역량을 끌어올린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글로벌 기업별 휴머노이드 출하량 순위에서 애지봇이 5100대로 1위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대당 가격은 38만위안(약 8000만원)입니다", "소프트웨어 수정과 비전 시스템 추가 등 2차 개발비도 포함인가요?", "상황마다 다 다르죠", "보행 기능을 빼고 하반신을 작업현장에 고정해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지난 3일 상하이 푸둥 신국제박람센터에서 열린 '제24회 상하이 국제 스마트팩토리 전시회' 현장. 휴머노이드(인간형) 기업 '러쥐로봇' 부스 앞에선 바이어들과 회사 관계자들의 구매 상담이 한창이었다. 1992년생 하얼빈 공대 출신 렁샤오쿤이 2016년 창업한 러쥐로봇은 선전에 본사를 두고 베이징 구현지능 센터에서 데이터를 축적하며 산업용 휴머노이드를 개발한다. 이번 전시회에선 상하이권에 포진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 등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전시회의 주제는 완벽한 자동화를 향한 '스마트 팩토리'였지만 로봇 기업들의 부스가 전시장 중심부에 자리 잡고 행사 분위기를 주도했다. 로봇이 '제조 강국' 중국의 생산현장 주인공으로 부상한 증거다. 특히 로봇 기술의 '끝'인 휴머노이드의 현장 투입과 관련한 구매상담이 활발했다.
"로봇 업계에서 가장 훌륭했던 모델 예측 제어(MPC) 스택을 과감히 폐기했습니다. 최근 아틀라스가 보여준 놀라운 성과는 바로 그 결단의 결과입니다. " 지난 5월 휴머노이드 로봇의 선두주자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공개한 신형 '아틀라스' 시연 영상에 전 세계가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백플립, 물구나무서기, 고속 회전 등 기존의 고난도 동작을 넘어 이번에는 아틀라스가 23㎏에 달하는 냉장고를 안정적으로 옮기는 모습이 공개됐다. 주변 물건을 정확히 인식하고 적절한 지점을 찾아 손으로 들어 올린 뒤 실시간으로 무게 균형을 잡으면서 이동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내려놓는 작업은 사실 백플립보다 훨씬 복잡한 고난도 기술이다. 당장이라도 생산 현장에 투입될 수 있을 듯한 아틀라스의 진화에 전 세계 로봇 전문가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같은 달 27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로보틱스 서밋 & 엑스포 2026' 현장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난 알베르토 로드리게스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 로봇행동디렉터(사진)는 자사의 최대 경쟁력이던 MPC를 버린 게 도리어 성공의 발판이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