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이주노동의 그림자
농촌과 산업 현장의 일손을 메우는 이주노동자는 이제 한국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하지만 폭염 속 장시간 노동과 비닐하우스 숙소 등 열악한 노동·주거 환경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일터와 숙소를 찾아가 현실을 살펴보고, 반복되는 피해의 구조적 원인과 개선책을 짚어봤다.
농촌과 산업 현장의 일손을 메우는 이주노동자는 이제 한국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하지만 폭염 속 장시간 노동과 비닐하우스 숙소 등 열악한 노동·주거 환경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일터와 숙소를 찾아가 현실을 살펴보고, 반복되는 피해의 구조적 원인과 개선책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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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이 너무 더운데 선풍기도 없어서 여름 내내 힘들어요. " 지난 14일 오후 경기 포천시 소흘읍의 한 애호박 농장. 캄보디아 국적 이주노동자 론카잇씨(39)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땀에 흠뻑 젖은 채 애호박 넝쿨을 손질하고 있었다. 이날 포천의 낮 최고기온은 32도,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는 34. 4도까지 치솟았다. 한때 40도에 육박했던 극한 폭염은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비닐하우스 안 뜨거운 공기는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 하지만 더위를 식힐 냉방기기는 찾기 어려웠다. 3년 전 한국에 왔다는 론카잇씨는 농장 인근 비닐하우스에 마련된 숙소에서 생활하며 하루 약 10시간씩 일한다고 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열악한 거주 환경에 그는 "조금만 짧게 일하고 농장이 더 시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농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라오스 국적 40대 이주노동자 아누삭씨(가명)는 "사장님이 물을 안 주고 쉬는 시간도 없다"고 토로했다. 하루 노동 시간을 묻자 주변을 살피더니 "몰라요"라고 난처한 듯 짧게 답했다.
# 지난달 25일 전남 해남의 한 밭길에서 태국 국적 30대 이주노동자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이틀 뒤인 27일에는 경기 평택의 야외 작업장에서 일하던 60대 이주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매년 폭염과 한파 속에서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사업주에게 고용과 체류 자격을 의존하는 구조 탓에 열악한 노동·주거 환경에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태조사가 이뤄져도 현장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전국에서 온열질환으로 숨진 이주노동자는 최소 4명이다. 지난 7일에도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경기 여주에서 일하던 라오스 국적 30대 여성 노동자가 쓰러져 숨졌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주거환경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2020년 12월 경기 포천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가 한파 속에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듬해 경기도가 실시한 외국인노동자 주거환경 전수조사 결과 조사 대상 숙소 1852곳 가운데 1026곳(56%)은 미신고 시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