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K-이주노동의 그림자② 재고용·숙소까지 사업주에 의존…반복되는 사망 사고

# 지난달 25일 전남 해남의 한 밭길에서 태국 국적 30대 이주노동자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이틀 뒤인 27일에는 경기 평택의 야외 작업장에서 일하던 60대 이주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매년 폭염과 한파 속에서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사업주에게 고용과 체류 자격을 의존하는 구조 탓에 열악한 노동·주거 환경에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태조사가 이뤄져도 현장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전국에서 온열질환으로 숨진 이주노동자는 최소 4명이다. 지난 7일에도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경기 여주에서 일하던 라오스 국적 30대 여성 노동자가 쓰러져 숨졌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주거환경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2020년 12월 경기 포천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가 한파 속에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듬해 경기도가 실시한 외국인노동자 주거환경 전수조사 결과 조사 대상 숙소 1852곳 가운데 1026곳(56%)은 미신고 시설이었다. 697곳(38%)은 비닐하우스 안에 설치된 가설건축물이었다.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다.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뿐더러 실효성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관련법에 따라 외국인노동자 주거환경 조사는 사업주의 동의를 받은 사업장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정작 열악한 숙소를 운영하는 사업주가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기복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조사에 동의하지 않는 농장주가 운영하는 숙소는 조사 자체를 할 수 없다"며 "이전 실태조사에선 농장주가 배석해 노동자들이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와 단독 면담을 하거나 익명 제보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투명하게 조사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살고 있음에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배경 중 하나로 현행 고용허가제가 거론된다.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재고용과 체류기간 연장을 사업주에게 의존한다. 최초 취업기간인 3년 이후 계속 일하려면 사업주의 재고용 신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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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변경도 제한되다보니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디기 어려워도 자유롭게 다른 농장으로 옮기기 쉽지 않다.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사업주가 제공하는 농장 내 숙소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를 제기했다가 일자리와 거처를 동시에 잃을 수 있다는 불안도 크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노동·주거환경 개선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김이찬 지구인의정류장 대표는 "현행 고용허가제에서는 고용 연장이 전적으로 고용주에게 달려 있어 고용주에게 밉보이면 고용·비자 연장이 불허될 수 있다"며 "이런 구조가 노동자에게 족쇄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허가제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제도 변화는 여전히 미진하다"며 "매년 외국인노동자 수만명이 국내에 들어오는 만큼 열악한 숙소나 임금 체불 등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