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쉬는 시간도 없어" 34도 농장서 땀 뻘뻘…이주노동자 '찜통살이'[르포]

"물도 쉬는 시간도 없어" 34도 농장서 땀 뻘뻘…이주노동자 '찜통살이'[르포]

이현수 기자
2026.08.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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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K-이주노동의 그림자①34도 비닐하우스서 '하루 10시간' 노동…불법 숙소에 월 20만원 지불

[편집자주]  이주노동자들이 농촌과 산업 현장의 일손을 메운지 오래다. 하지만 폭염 속 장시간 노동과 비닐하우스 숙소 등 열악한 노동·주거 환경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일터와 숙소를 찾아가 현실을 살펴보고, 반복되는 피해의 구조적 원인과 개선책을 짚어봤다.
지난 14일 방문한 경기 포천 소흘읍 일대 한 농장의 비닐하우스에서 이주노동자가 애호박 넝쿨을 손질하는 모습./사진=이현수 기자.
지난 14일 방문한 경기 포천 소흘읍 일대 한 농장의 비닐하우스에서 이주노동자가 애호박 넝쿨을 손질하는 모습./사진=이현수 기자.

"농장이 너무 더운데 선풍기도 없어서 여름 내내 힘들어요."

지난 14일 오후 경기 포천시 소흘읍의 한 애호박 농장. 캄보디아 국적 이주노동자 론카잇씨(39)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땀에 흠뻑 젖은 채 애호박 넝쿨을 손질하고 있었다. 이날 포천의 낮 최고기온은 32도,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는 34.4도까지 치솟았다. 한때 40도에 육박했던 극한 폭염은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비닐하우스 안 뜨거운 공기는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 하지만 더위를 식힐 냉방기기는 찾기 어려웠다.

3년 전 한국에 왔다는 론카잇씨는 농장 인근 비닐하우스에 마련된 숙소에서 생활하며 하루 약 10시간씩 일한다고 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열악한 거주 환경에 그는 "조금만 짧게 일하고 농장이 더 시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농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라오스 국적 40대 이주노동자 아누삭씨(가명)는 "사장님이 물을 안 주고 쉬는 시간도 없다"고 토로했다. 하루 노동 시간을 묻자 주변을 살피더니 "몰라요"라고 난처한 듯 짧게 답했다.

이주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숙소 내부 모습. 비닐하우스안에 설치된 낡은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노동자들이 숙식하고 있다./사진=이현수 기자
이주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숙소 내부 모습. 비닐하우스안에 설치된 낡은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노동자들이 숙식하고 있다./사진=이현수 기자

고된 노동을 마친 뒤 돌아가는 숙소도 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날 찾은 이주노동자 숙소 대부분은 농지 위에 들어선 불법 가건물이었다. 검은색 차광막을 덮은 비닐하우스 안에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6.6제곱미터(2평) 남짓 침실이 3~4개씩 설치돼 있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에서 이주노동자 7~8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방마다 에어컨은 설치돼 있었지만 온도는 31도 아래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햇볕에 달궈진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방 사이 통로에는 열기가 맴돌았다. 악취가 나는 방 안엔 파리 수십 마리가 날아다녔고, 벽과 바닥 곳곳에는 곰팡이가 시커멓게 피어 있었다.

비닐하우스는 폭염이나 한파 같은 극한 환경에 취약하다. 농작물 재배를 목적으로 설계돼 내부에 열기가 쉽게 축적되고 외부보다 기온이 빠르게 오른다. 겨울철에는 폭설이 내리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붕괴될 위험도 있다. 비닐과 샌드위치 패널 등 불에 타기 쉬운 자재가 사용돼 화재에도 취약하다. 열악한 숙소지만 이주노동자들은 농장주에게 매달 약 20만원의 숙소비를 낸다.

(왼쪽부터)이주노동자 숙소 내부 누전 차단기가 드러나고 벽지가 누렇게 변색된 모습, 숙소 내부에 노동자들의 양말이 널려있는 모습./사진=이현수 기자.
(왼쪽부터)이주노동자 숙소 내부 누전 차단기가 드러나고 벽지가 누렇게 변색된 모습, 숙소 내부에 노동자들의 양말이 널려있는 모습./사진=이현수 기자.

정부는 비닐하우스 등 열악한 시설이 이주노동자의 숙소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법 건축물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 1월부터 무허가 가설건축물을 이주노동자 숙소로 제공하는 사업장엔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규제를 피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를 맡고 있는 김달성 목사는 "많은 사업주가 노동부에 고용허가를 신청할 때 '숙소 미제공'이라고 기재한 뒤 실제로는 불법 숙소를 제공한다"며 "사업주에게 숙소 제공 의무가 없다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주거환경뿐 아니라 노동환경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숙소에서 사용하는 물도 대부분 농약을 살포한 농지의 지하수를 퍼올려 쓴다"며 "폭염 속 휴식 시간도 제대로 주지 않아 노동자들이 일하다 쓰러지는데, 지방자치단체나 노동부는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14일 경기 포천 소흘읍 일대 한 농장의 비닐하우스 안 온도가 34.4도까지 오른 모습./사진=이현수 기자.
지난 14일 경기 포천 소흘읍 일대 한 농장의 비닐하우스 안 온도가 34.4도까지 오른 모습./사진=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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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기자

사회부 사건팀 이현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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