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시달리는 제자들 안타깝지만 취업계는…"

"취업난 시달리는 제자들 안타깝지만 취업계는…"

모두다인재 김현정 기자
2014.10.30 16:05

[인터뷰]김봉철 한국외대 경력개발센터 센터장

"학생들이 취업 준비 시간을 늘리기 위해 취업계를 악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학생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대학이 학문과 취업률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취업률이 대학을 평가하는 하나의 중요한 지표가 되면서 교육기관이라는 존재의 의의가 흔들리고 있는 것. 대학가에 이른바 '취업계'라 불리는 암묵적인 제도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다.

취업계는 마지막 학기에 재학 중인 학생이 학기 중에 채용이 확정되면 재직증명서 등의 서류를 교수에게 제출해 출석을 인정받는 행위다. 출석은 인정되지만 지필고사를 보거나 리포트 등을 추가로 제출해야 하고 좋은 학점을 기대할 수 없다. 대학에서 공식적인 제도로 존재하지는 않고 보통 교수의 재량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바로 교수의 재량에 맡긴다는 대목이다. 수업권이 교수에게 있으니 취업계의 인정 역시 교수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취업계의 인정여부를 두고 학생과 교수가 대립하는 경우도 잦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경력개발센터를 맡고 있는 김봉철 센터장(국제학부 교수, 학부장)을 만나 취업계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김 센터장은 학문을 수행하는 교수의 직위와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센터장의 직위를 동시에 갖고 있다.

"취업률이 높지 않은 사회적 현상 때문에 취업을 많이 시켜야 하는 학교의 압박감을 놓고 보면 학생들의 취업은 매우 반겨할 일이죠. 취업이 된 마당에 학생들의 발목을 붙들고 안 놓아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는 마지막 학기에 취업이 돼 입사 압박을 받는 학생들의 입장을 대부분 이해한다고 했다.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근무시간과 수업시간이 겹쳐 사실상 수업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공부를 등한시 할 수 있어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들은 취업에 대한 다급함이 있어요. 일단 기회를 잡고 다른 회사를 준비하는 경우도 많죠."

취업계를 통해 학업에 대한 부담감을 던 학생들은 취업준비에 더욱 몰두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수업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기간 동안 다른 기업 입사를 준비하기도 한다는 것.

"학생들은 취업이 된 마당에 학점에 대한 강박관념이 없을 거예요. 그리고 졸업을 위해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필요성과 욕구는 줄어들죠."

학과 전체를 운영하는 학부장의 입장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손을 놓아버리는 분위기가 흐른다면 문제가 클 것이다. 만약 학생들에게 취업계가 공공연히 허락된다면 마치 4년 중에 3년만 다니고 마지막 학년은 취업만 준비해도 된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취업계를 허용하지 않는 교수들의 입장은 대학이 학문을 탐구하는 공간이지 취업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그는 전국의 모든 교수가 학생들의 취업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취업계를 허용하지 않는 교수들이 많은 이유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 교수의 의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전공수업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치부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취업한 학생이 수업에 참석하지 않고 학점을 받아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실업계 고등학교나 직업전문학교의 경우에는 취업이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맞겠죠. 하지만 학문을 탐구한다는 목적으로 세워진 대학교에 취업률이라는 잣대를 강요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 생각해요."

취업계를 둘러싼 대학 구성원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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