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장애학생 12만명, 외면 받는 교육권(下)

"초등학생 1학년 아이가 통학버스에서 이렇게 꾸벅 꾸벅 졸아요. 너무 안쓰럽지 않나요. 오전 9시에 학교에 도착하기 위해서 이 아이는 7시에 출발해야 합니다. 성인도 힘든데, 이 아이들은 학교에 도착하면 긴 통학시간으로 이미 진이 빠져있어요"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선생님이 핸드폰 화면에 담긴 학생 동영상을 안쓰러움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본다. 긴 통학 시간으로 지쳐 버스에서 고개를 이리저리 머리를 떨구며 잠에 빠진 아이의 모습이다.
서울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10명 중 3명은 왕복 1시간이 넘는 원거리 통학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북권역 유일한 지체장애 특수학교인 정민학교의 경우 재학생 중 70%가 타 자치구나 시도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체장애 특수학교는 특히나 그 수가 적은 탓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성동구에 지체장애 특수학교인 성진학교를 설립해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려 하지만 일부 주민이 반대에 나서고 있다.
7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2024 서울 특수학교 통학 현황'자료에 따르면, 서울 동북권역 유일한 지체장애 특수학교인 정민학교 학생들은 대부분이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다. 정민학교가 위치한 노원구에 거주하는 학생은 전체 학생의 30% 수준인 68명에 불과했다. 바로 인접해있는 도봉구(25명)나 중랑구(24명), 성북구(26명)를 합해도 전체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나머지 학생은 △강북구(20명) △동대문구(20명)△성동구(11명)△용산구(8명)△광진구(6명)△중구(3명)△종로구·은평구(각 1명) 등에서 재학중이다. 심지어 타 시도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도 6명에 달한다.
이같이 '산넘고 물건너' 통학하는 문제는 정민학교 뿐만이 아니다. 올해 기준 서울 특수학교 재학생(순회교육 제외)4270명 가운데 통학에 왕복 1시간 이상이 걸리는 학생은 1410명(33%)에 달했다. 이 학생들은 최소 학교에 가기 위해서만 왕복 1시간 이상씩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다. 왕복 4시간 이상 통학하고 있는 학생도 12명이나 됐다. 서울 특수학교 재학생 3분의 1이 통학으로 인한 피로와 고통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통학 시간은 단순히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을 넘어선다. 장시간의 통학은 학생들의 피로도를 높이고 학습 집중력을 저하시켜 교육의 질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특히 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원거리 통학은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통학버스가 있긴 하지만 집앞까지 가지 않을 뿐더러 학생들 몸이 약한 경우가 많아 부모가 직접 통학시키는 경우도 많다"며 "9시까지 등교를 하기 위해 이르게는 6~7시에 휠체어를 탄 친구들이 집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어마어마하게 힘든 일이지만 학부모들은 각오를 하고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거리 통학의 가장 큰 원인은 특수학교 부족과 지역별 불균형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특수학교 수는 196곳으로 경기 38곳, 서울 32곳, 부산 15곳, 대구 11곳, 인천 10곳 순이다. 10년 전(167곳)에 비해 30개가 늘었지만 대도시의 경우 학생이 몰려있어 '입학 전쟁'이 매년 벌어진다. 최근 광주광역시에서는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한 학생이 특수학교 입학을 신청했으나 학급 부족을 이유로 일반 중학교에 배정된 사건도 있었다. 특수학교는 초등부터 고등까지 다니기 때문에 한번 입학하면 전학을 잘 가지 않는 특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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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나 각 시도교육청은 구체적으로 몇개의 특수학교가 필요한지 정확한 수치를 제시한 바 없다. 서울교육청은 2040년까지 특수학교 9개를 추가하겠다고 2021년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장애 판정을 받는 연령대가 낮아진 가운데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특수학교는 빠르게 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현재 일반학교에 다니는 특수교육 대상자는 8만9440명(74.1%)에 달한다. 통합 교육을 선호하는 추세의 영향도 있지만, 애초에 장애 학생은 선택의 폭 자체가 좁은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수학교 신설 신청이 와서 중앙심사는 다 통과시켰다"면서도 "정규 교원 확보와 지역 주민 설득 등은 교육부 뿐만 아니라 교육청, 타 부처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사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37% 늘었지만 특수학교(급) 교사 등 전담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해 10월 숨진 인천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가 격무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현장에서는 여전히 높은 업무 강도와 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머니투데이가 분석한 '2025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올해 특수교육 대상자는 12만735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5년 8만8067명에서 10년 새 3만2668명(37%)명이나 늘었다. 현재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3만1027명, 특수학급 학생 수는 6만9908명이다. 이 외에 일반학급에서 전일제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은 1만9532명이다.
특수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올해 4.24명으로 법정 기준(4명)을 초과한 상태다. 특수학교의 경우 이 비율이 1대 2.9로 낮은 편이지만, 일반 학교 내 특수학급만 따지면 4.39로 올라간다. 현장에서는 효율적인 특수교육을 위해서는 학생과 특수교사의 비율을 2대 1 정도로 낮춰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학급과 교사가 부족하다보니 과밀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현행 '장애인 등에 관한 특수교육법(특수교육법)'상 특수학급 1곳에 최대 배치할 수 있는 인원은 유치원 4명, 초·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5학년 1학기 특수교육기관 과밀학급 조사 결과 전국 특수학교·학급의 과밀학급은 총 742개였다. 전체 특수학급에서 과밀학급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0.1%에서 올해 3.8%로 크게 줄었지만, 지역별 편차는 크다. 서울은 특수학급 중 과밀학급 비율이 7.8%로 전국 평균의 2배였다. 부산과 강원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는데도 7% 전후를 유지했다.
이마저도 정교사 임용이 충분하지 못해 20%는 기간제 교사로 채우고 있다. 정원화 전국특수교사 노조 정책실장은 "기간제 교사도 교육부에서 충분하게 배분해주지 않고 있다"며 "공고를 3차까지 내도 선생님 채용이 힘들어 특수교원 자격증이 없는 일반 교원들을 투입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수교육법상 벌칙 조항이 없어 교사 대 학생 비율을 어겨도 교사가 감당하도록 내버려두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교육활동과 관련 없는 장애 시설 관련, 연수 관련 업무 등 부차적인 업무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게다가 기간제 교사들이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신분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업무를 분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