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세미나 개최

우리나라 교육이 지난 30년간 높은 성취를 거뒀지만 여전히 정부 주도로 운영되면서 낮은 투명성을 보인다는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기초학력 검사 결과조차 공개하지 않아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을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는 읽기와 수학 영역에서 하위권 학생이 늘고 있어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기초학력 진단 결과도 '깜깜이'…"데이터 기반 교육정책 필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5일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2026 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OECD 가입 30주년을 맞아 한국 교육의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됐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장은 지난 30년간 한국이 보편교육을 달성하고 높은 학업성취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교육 운영 방식은 여전히 중앙집권적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고 원장은 "우리나라 교육의 특징 중 하나는 교사들의 전문적 자율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교사들 간에 교육에 대한 책임이나 수업 자료를 공유한다는 증거가 많지 않고 학생들에 대한 개별화된 교육도 제대로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 권한을 현장에 맡기는 분권화 측면에서도 아직 중앙의 통제가 굉장히 강한 편"이라며 "중앙집권적 특징을 보이는 국가에서는 과정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많은 사업을 벌이는데, 우리나라도 중앙부처와 시·도교육청이 필요할 때마다 각종 사업을 벌이다 보니 교사들의 행정부담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고 원장은 특히 "우리나라는 외부에서 투명성을 요구하면 교사의 전문성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굉장히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며 "대표적인 예가 기초학력 검사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각 시·도교육청 주도로 기초학력 진단 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결과에 대한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중앙부처와 시·도교육청이 데이터 공개 자체에 적대감을 보인다고까지 느껴질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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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원장은 데이터 공개를 확대하고 근거에 기반해 정책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원장은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한 지 30년이 지났는데도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우리 교육에서 무엇이 제일 시급한 문제인지 진단하고 문제의 원인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 필요한 단계"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러려면 확실한 근거를 갖고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OECD 최상위 성적에도…'격차'는 숙제
두 번째 주제발표에서 김문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지난해 PISA 결과를 토대로 한국 학생이 여전히 OECD 최상위권의 학업성취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읽기와 수학 같은 일부 영역에서 하위권이 늘고 있는 만큼 하위권 학생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PISA는 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로, 전 세계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김 원장은 "지난해 PISA에서 한국 학생의 읽기·수학·과학 평균 점수는 모두 OECD 평균보다 높았고 혁신역량 역시 OECD 최고 수준이었다"면서도 "그러나 읽기 영역에서는 상위권 학생이 줄고 하위권 학생도 증가하는 추세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읽기 점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하락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하락 속도가 기존보다 훨씬 빠르다는 특징을 보인다"며 "또 읽기·수학·과학의 하위 10% 학생 점수가 OECD 평균보다 높지만 읽기에서는 그 격차가 크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교육 격차도 영역별로 차이가 나타났다. 김 원장은 "읽기와 과학은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이 OECD 평균보다 작았지만 수학은 영향이 상대적으로 컸다"며 "하위계층 학생 가운데 우수한 성취를 보이는 '회복탄력적 학생' 비율도 수학에서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읽기와 과학의 회복탄력적 학생 비율이 시간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영역별 하위계층 학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지원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과제로 제시됐다. 김 원장은 "학교 소속감과 과학 학습의 즐거움 같은 지표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OECD 평균보다 낮다"며 "앞으로는 높은 학업성취를 유지하면서도 학생들의 삶의 질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