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대화'를 통해 띄운 정치적 승부수는

李대통령, '대화'를 통해 띄운 정치적 승부수는

이승제 기자
2009.11.28 01:41

세종시 관련 '정치적 고해성사'…'진정성'과 '국가백년대계' 호소

-"4대강 반드시 성공할 것"…"야당 주장은 포퓰리즘적 발상"

-"미래지향적 정치로 변해야"…정치지형 변화 촉구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4대강을 중심으로 빚어지고 있는 정국혼란을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와 관련해 정치적 고해성사로 해석되는 사과 표명을 함과 동시에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미래지향적 정책이라는 '진정성'에 호소했다.

또 4대강 사업에 대한 야당의 반대에 대해서 "포퓰리즘적 발상"이라며 4대강 사업의 성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아울러 영·호남으로 갈린 정치지형에 대한 비판, 여당내 계파갈등에 대해 간접적이지만 강력한 경고 메시지도 보냈다.

여야는 이번 '대화'에 대해 극명하게 대조되는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나라의 앞날을 위해 고뇌와 희망을 나눈 소통의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철학과 개념이 너무 없었다. 4대강 밀어붙이고 세종시를 백지화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의혹의 불씨만 더 키운 전파낭비를 초래한 대화"라고 혹평했다.

자유선진당은 이날 저녁 늦게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화'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의원직 사퇴를 결의했다. 민주노동당은 "'대화'가 아닌 대통령의 자기논리에 대한 일방적 강변이었다. 잘못해 놓고 반성만 하면 그만이라는, 대통령의 진정성 없는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세종시 "진정성을 이해해 달라"= 이날 '대화'에서 이 대통령은 정치적 고해성사에 가까운 사과발언을 공개 발언했다. 세종시에 대한 정책을 바꾸게 된 것에 대해 정치권과 국민들이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가 가까워지니까 말이 바뀌었습니다.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혼란된 것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추진 정책에 대해 대국민 사과표명을 공개적으로, 그것도 TV 생방송을 통해 진행한 것은 한국 정치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여권의 해석이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정책에 대해 "저 하나가 좀 불편하고 욕먹고 정치적으로 손해보더라도 이것은 해야 되지 않겠냐, 내가 세종시 옮긴다고 해서 도움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세종시 수정정책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많은 점에서 불리합니다. 그러나 역사적 소명을 가지고 이것은 해야 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사과 표명 뒤에는 철저한 실용주의 정신이 놓여 있다는 게 여권의 해석이다. 대선공약시 국민과의 약속을 바꾸게 된 것에 대해 공개사과하면서도 국가 발전이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수정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4대강 "성공정책 될 것"= 이 대통령은 세종시와 관련해 수정의 불가피함과 정책변경에 대한 공개 사과를 표명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강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야권의 반대를 정면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특히 강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성공한 사업으로 평가받는 청계천 사업의 성공을 근거로 4대강 사업의 성공을 확신했다. 세종시와 마찬가지로 4대강 사업도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핵심사업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청계천 할 때도 수질이 나빠진다, 중앙차선 할 때도 교통 마비 생긴다(는 반대가 많았다), 반대 한마디는 쏙 들어오는데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는 건 어렵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4대강 관련 예산을) 전체 복지에 써라,(고 야당이 주장하고 있지만) 정말 그건 포퓰리즘 아니겠습니까"고 되물었다.

이 대통령은 또 "사업을 하자고 하니까 자꾸 수질이 나빠진다고 합니다. 너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데 저는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만, 그래도 우리 보고 수질을 못맞춘다고 하면 세계 사람들이 우리 대한민국의 수준을 어떻게 보겠습니까"고 말했다. 나아가 "정부가 제대로 계획을 세워서 예산을 절감하고 일을 완성시키면 국민들이 완공 후 이렇게 시끄러워도 이렇게 하려고 했구나 할 것입니다. 우리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며 국민의 이해를 바랐다.

◇"미래지향적 정치돼야"= 이 대통령은 이번 '대화'에서 대부분을 세종시, 4대강, 민생 문제를 집중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몇몇 발언에서 대통령으로서 갖고 있는 한국 정치지형 변화에 대한 의견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치에 대해 사실은 슬프게 생각하는 것은 20년 동안 영호남이 갈라져 정치를 했습니다. 영남을 배경으로, 호남을 배경으로 했습니다. 이게 없어져야 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고 말했다.

이는 군부독재 이후 한국 정치권에 족쇄를 채우고 있는 '지역기반 정당구도'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으로 읽힌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개헌, 선거구제·지방행정구역 개편 등을 주문하고 있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중대형 선거구제로의 개혁 등을 천명하며 "정부와 여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와 관련해 여권의 계파갈등에 대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참고로 한나라당에는 주류, 비주류가 없습니다. 저는 대통령에 당선됐고 한나라당에는 주류와 비주류가 없습니다"고 말했다. 이는 친이(친 이명박)계, 친박(친 박근혜)계로 나뉘며 세종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사사건건 갈등양상을 빚고 있는 여당내 대립구도에 대한 섭섭함의 표현이자 현재형에 대한 부정이라는 점에서 향후 여당내 계파갈등에 대한 변화의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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