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어붙은 한반도에 훈풍이 불어올까. 최근 남북의 대화제의가 오가며 이른바 '대화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는 것이 '대화국면'의 현 주소다.
그 동안 정부는 남북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추가 도발방지 확약, 비핵화 진정성 확보를 북한 측에 제시해 왔다. 이에 대해 북한이 천안함·연평도를 의제로 삼는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하면서 대화 흐름은 급물살을 탔다.
정부는 '선(先) 남북대화, 후(後) 6자회담' 입장에서도 유연해졌다. 지난 26일 정부 고위 당국자는 "(천안함·연평도) 사과가 없다고 6자회담을 안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김성환 외교부 장관을 만난 직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한미 양국이 비핵화에 무게를 두고 대화의 문턱을 낮추는 데 공감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대화국면을 앞둔 정부의 '시그널'은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7일 방송 대담프로그램에 출연, "천안함·연평도 등에 대한 확실한 조치가 있어야 실질적인 6자회담이 재개 된다"고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7일 민주평통 회의에서 "사과 받는 것 자체는 목표가 아니다"라며 "(남북관계를)시작하기 위한 시험대고 무엇보다 비핵화가 진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정성 있는 대화"를 강조해 온 정부가 오히려 명확한 입장 정리를 못 하는 표정이다.
국방부는 다음달 11일로 남북군사회담 실무회담을 제안해 놓았다. 그러나 열흘 앞으로 회담이 다가온 지금까지 정부는 '일단 북한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겠다'는 입장에 머물고 있다. 이래서는 의미 있는 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주변국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한중일 3국을 연쇄 방문했고, 북중간 상호 방문이 설 이후 이뤄지는 등 6자회담 재개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고 있다. 사실상 최근 대화국면도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물이다. 정부가 애매모호한 자세로 일관한다면 남북대화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통과절차에 그칠 수도 있다. 의미 있는 남북대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