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전히 누워있는 국회

[기자수첩]여전히 누워있는 국회

박성민 기자
2011.03.10 18:07

"국회를 바로세우겠다"

지난해 12월 국회 기자회견장에 퍼졌던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20여 명의 결기어린 목소리다.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반성이었다. 물리력을 동원한 날치기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도 내비쳤다. '19대 총선 불출마'까지 감수하겠다며 의원직을 건 선언이었다. 민주당도 '민주적 국회운영 모임'으로 화답했다. 여야의 '국회선진화' 논의는 이렇게 첫걸음을 뗐다. 이른바 '국회바로세우기모임'(국바세)이다.

'국바세'는 한 달 뒤 직권상정 제한 법안을 내놨다. 상정 요건도 재난, 국가비상사태 등으로 최소화했다. 소수당의 목소리를 보호하기 위한 '필리버스터' 제도도 도입하자고 했다. 박수를 보낼만한 진일보였지만, 찜찜한 구석은 있었다. 과연 한나라당이 다수당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느냐 여부였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국회 선진화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꼭 통과 시키겠다는 다짐을 한 터라 일말의 기대는 있었다.

국회 회기를 하루 남긴 10일 국회 운영위원회 법안소위를 보며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선진화 모임의 합의가 무색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선진화'라는 구호에만 동의했을 뿐, 평행선만 달렸다. 국회 폭력과 파행국회 원인을 놓고 여전히 '네 탓' 타령만 한 탓이다.

한나라당은 자동상정제를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상임위 국회 폭력의 원인이 직권상정 때문 인만큼 직권상정 요건을 제한해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 모두 자신에게 불리한 조항에는 물러섬이 없었다. 한나라당은 헌법상 의결시한 48시간 전까지 예산안이나 예산부수 법안이 의결되지 않으면 직권상정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법안 졸속 처리와 상임위 법안심사권 침해를 이유로 위원회 심사배제제도와 자동상정제도 도입에 반대했다.

이쯤 되면 지난 100여 일의 선진화 논의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바세'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었지만, 국회는 여전히 누워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재보선 열기로 가득할 4월 임시국회에서 '선진화'를 논의될 수 있을까.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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