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대란, 세무검증제, 한·EU FTA비준 등 국회에 발목잡혀
# 지난달 27일 여야 정책위의장이 국회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13개 민생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협의해 다른 민생법안이 이번 회기 내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양당 정책위의장이 만난 지 2주일이 지나고 임시국회의 회기도 끝났지만 각 당이 주요 민생법안이라고 내건 법안과 경제 관련 법안 대부분 국회 본회의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어떤 법안은 일부 이해집단의 반발 때문에, 어떤 법안은 여야 간 정치적 견해 차 때문에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의 실수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대표적인 예. 협정문 오역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해당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계류됐다. 오는 7월 발효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통과가 시급한데 발목이 잡힌 셈이다.
전월세 대란 관련 여야가 해법으로 내놓은 법안도 4월 국회로 미뤄졌다. 여야 모두 전월세 가격 급등이 시급하다며 부산을 떨었지만, 해당 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주택법 개정안)와 민주당의 전월세 상한제(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에 대해 서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
고소득 자영업자와 전문직의 세금탈루를 막기 위한 세무검증제 도입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걸렸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법사위에 법조계와 가까운 율사 출신들이 많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증권거래세 개정안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에 대해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법사위에서 1년 넘게 계류된 이후 겨우 통과됐지만 본회의 상정에 실패했다.
국회 폭력을 막기 위해 도입하겠다던 국회 선진화법 처리도 결국 무산됐다. 야당은 직권상정 제한에, 여당은 자동의안상정제에 더 관심을 보이면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슬람채권(수쿠크)에 대해 면세혜택을 부여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은행의 비예금성 외화부채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외국환 거래법 개정안 등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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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이들 법안이 4월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라는 점이다. 4·27 재보궐선거가 다가올 수록 국회의 입법 기능은 거의 없어지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초 4월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을 것을 대비해 2월 국회에 최대한 민생 법안을 논의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법안 중 다수는 4월 국회에서도 진전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으로 제시됐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과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등이 처리됐다는 사실이다.
기술탈취와 관련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담은 하도급법 개정안과 23년간 국회에서 표류했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