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된 지난달 24일. 차기 서울시장 후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민주당 얘기다. 심지어 하루 뒤인 25일 재빠른 출마 선언까지 나왔다. 오세훈 전 시장이 사퇴하기 전 일이다.
자천타천 거론되던 후보가 한 때 10여 명에 달했다. 당내 경선만 통과하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 여긴 탓이다.그런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뚜껑을 열어보니 단 4명만 남았다. 모두 고심 끝에 출사표를 던졌다 했다. 이마저도 지도부의 막판 독려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20여 일간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민심을 등에 업은 '안철수 돌풍'이 거세게 일었다. 범야권의 대세가 안철수 원장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로 넘어갔다. 생각지도 못한 돌발 변수에 모두 꼬리를 내렸다. 당 일각에선 박 변호사를 영입해 이번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궁색한 당의 처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반발도 있었다. 당내 경선이 하나마나한 것으로 전락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후보조차 못 내놓는 '불임정당'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지나가는 바람에 여론이 지나치게 흔들린다" "언론이 경선을 '마이너리그'로 만드는데 앞장선다"고 목소리도 높였다.
하지만 잘못 잡았다. 불만을 표출하는 방향 말이다. 어려움을 스스로 자초한 것 아닌지 곱씹어야 봐야 한다.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말이 의미심장했다. "시민들은 주민투표를 치열하게 고민했는데 제1야당에서는 '내가 서울시장'이라며 10명이 나오면 어떻게 생각할까"
경선 흥행의 불씨를 살릴 힘은 내부에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바람'을 만들어냈고, 집권에 성공한 '국민참여경선'의 역사를 갖고 있는 민주당 아닌가.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는 자성이 그나마 희망으로 비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천정배·박영선·추미애·신계륜은 당내에서도 손꼽히는 흥행카드"라며 "공정하고 꿋꿋한 경선으로 후보를 선출하면 결코 박 변호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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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반전'의 기회는 유효하다. 자만을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가 어디에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민주당의 몸부림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