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1. 필자가 사는 아파트단지 상가에 '대한바른자세협회'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는데 체형교정 같은 것을 도와주는 회사였다. 우리 상법은 상호자유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어서 사업내용과 상호가 달라도 무방하고 사람들이 이름만 보아서는 무슨 사업을 하는지 몰라도 상관없다. 예식장에 'OO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을 수 있는 이유다. 이름과 사업내용의 차이에서 오는 불리함을 감수하든지, 아니면 '오사마빈라면'같이 좀 과하게 튀는 상호의 덕을 보든지 사업하는 사람이 알아서 하면 된다. 이러다보니 사업이 잘되고 못되고에 따라서 회사나 가게 이름을 자주 바꾸게 된다. M&A 후 주인이 바뀌면 회사 이름을 바꾸는 것이 보통이지만 '구찌'같이 구찌가문과 상관이 없어진 후에도 계속 같은 이름을 쓰기도 한다. 애경백화점이 'AK플라자'로 간판을 바꿔 달아서 매출이 13.7% 늘어난 적이 있고 삼호F&G도 CJ씨푸드가 되자 주가가 50% 폭등했다.
#사례2. 어떤 마케팅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뉴욕 맨해튼의 어떤 프렌치 레스토랑은 인기가 좋아 항상 사람들로 넘치고 손님들은 오래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들어간다. 그런데 예외가 인정된다. 잘 생긴 남자나 예쁜 여자는 줄을 서지 않는다. 입구에서 종업원이 '판별'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무도 불만이 없다. 보통 사람들은 좀 기다려서 들어가면 영화배우 뺨치는 남녀가 가득해서 좋고, 미남미녀들은 줄 안서고 그냥 들어가서 좋다. 다른 식당들이 이를 따라하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손님들을 불쾌하게 해서 외면당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프렌치 레스토랑은 음식맛이 탁월하기 때문에 그런 뻔뻔한 마케팅 방법을 마음 놓고 사용하는 것이다. 손님들이 장난으로 같이 즐겁게 웃어넘기는지 인격모독으로 생각하는지의 차이가 음식의 맛에 좌우되는 것이다.
이 두 사례는 상호마케팅의 효과와 사업의 본질가치의 의미를 대비해서 보여준다. 지난번 서울시장선거 여파로 여당이 당명까지 바꾸고 싶어한다고 한다. 첫 번째 사례가 보여주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사례가 주는 교훈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결국 이미지가 본질을 바꾸어 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면 이름도 바꾸고 체질도 확 바꾸면 어떨까? 문제는 정당은 백화점이나 레스토랑 같은 사업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이 있기까지 도와준, 그리고 특정 정당의 정책이 좋아서 계속 지지하는 사람들을 등져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체성에는 시대를 달리하면서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번갈아 나라를 이끌어가면서 새겨놓은 가치와 공과가 같이 반영되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선거에 져서 정권을 못잡는다고? 정치인들은 반드시 정권을 담당해서 뜻을 펴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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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반갑지만 정체성을 흐려가면서까지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 정권을 잡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정당은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존속해야 한다. 이름을 바꿔서라도 혁신하겠다는 데는 이의가 없으나 다수의 국민이 여당이 대변하는 가치와 표방하는 이념을 싫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권을 담당한 정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실책을 크게 능가하는 실적을 내지 못한 것을 비난하는 것인지를 잘 가려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